憲裁 5.18불기고소처분 소원 종료선고 경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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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5.18」불기소처분 헌법소원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종료선고는 얼핏 보면 당연한 조치다.
다수의견이 판단한대로 소원을 냈던 당사자들이 이를 취하했고 상대방인 검찰이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2주일내에 알려오지 않음으로써 취하에 동의한 것으로 보아 「소원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그러나 소원취하에 따라 사건이 자동종결된 것인지,아니면 취하에도 불구하고 헌재 독자적으로 불기소처분의 위헌 여부에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인지를 놓고 그동안 재판관들 사이에 적지않은 논란을 벌여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헌법재판소법에 민사소송법등 관련법규를 준용한다고만 돼 있을뿐소원취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데 따른 것이다.
김용준(金容俊)소장등 재판관들은 지난달 29일 정동년(鄭東年)씨등 5.18피해자 389명이 헌법소원취하서를 접수시킨 이후외국의 판례와 학설을 조사하는등 이 사건처리를 놓고 고심해 왔다. 헌재는 13일까지 검찰로부터 동의여부에 대한 아무런 의사표시가 없자 14일 오후2시부터 이를 재판관들의 평의에 부쳐 9명의 재판관중 5명의 찬성으로 사건을 종료키로 결정했다.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정족수인 다수결원칙을 적용한 결과다.
또 별도의 선고를 통해 종료를 선언할 것인지도 논의에 부쳤으나 자동종료 처리할 경우 소원취하에도 불구하고 결정을 내릴 수있다는 반대의견이 사장된다는 지적에 따라 별도의 선고기일을 잡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반대의견도 자동종료 여부에 대한 의견뿐 아니라 불기소처분의 위헌여부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문제는 재판관 재량에 맡기기로 재판관들 사이에 양해가 되었다고 헌재 관계자는 설명했다. 당사자들의 소원취하에 따라 사건을 자동종료할 수밖에 없더라도 이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헌재가 결정선고를 위해 애쓴 측면을 부각시킴으로써 역사적인 결정과 관련,헌재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겨냥했다는 지적이다.
헌재가 이날 평의가 끝난뒤 이 사건 관련 당사자들에게 선고기일을 통보한 것은 오후4시40분쯤.
그러나 자동종료선언을 위한 것인지,본안에 대한 강행처리인지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이 바람에 각 언론사들은 결정 방향을 확인하느라 밤늦게까지 소동을 벌였다.헌재 관계자들은 지난번결정문 내용 사전유출 시비를 의식한듯 일체 접촉 을 피했다.
결국 한쪽 당사자인 검찰 간부들의 『사건 종료 결정은 아닐것』이란 해석에 매달려 마치 본안심리가 있을 것처럼 보도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아무튼 헌재가 명시적으로 「5.18」사건의 자동종료를 선언함으로써 이 사건에 대한 헌법적 판단은 더이상 어렵게 됐으며 관련자들의 처리는 특별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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