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미납세금부터 내시고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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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모씨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서울시에 내야 할 세금 6500만원을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2000년 이후 64차례나 해외에 들락날락했다. 서울시 조사 결과 오씨의 아내는 경기도 부천에 100㎡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고, 어머니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이런 오씨를 서울시는 최근 법무부에 요청해 출국금지시켰다. 재산을 가족 이름으로 숨기거나 해외로 빼돌릴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5000만원 이상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 중 오씨처럼 해외여행이 잦은 129명에 대해 최근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은 모두 217억원이다. 서충진 서울시 세무과장은 “출국금지를 요청한 129명은 그동안 해외여행이 잦으면서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능력이 있는데도 고의로 세금을 체납할 뿐 아니라 재산을 도피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에도 고액 체납자 125명의 출국을 금지시켰다. 1억4400만원을 체납한 박모씨의 경우 출금 사실을 모르고 공항에 나갔다가 현장에서 출국을 저지당했다. 그러자 박씨는 부인 이름으로 소유하던 상가를 담보로 제공하며 세금을 모두 내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서 과장은 “현재 출국금지 조치는 여권이 있는 체납자에 국한된다”며 “따라서 여권기간이 만료된 체납자는 여권 발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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