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해외 칼럼

한·미 동맹에 문제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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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12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워싱턴 정가에는 한·미 동맹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전임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등 양국 관계에 많은 업적을 이뤄냈음에도 백악관과 불협화음을 빚어 왔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방미는 지난 5년간 경직된 한·미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서울에서 들려오는 뉴스들은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당시의 한·미 관계를 연상케 한다.

최근 미국 관료와 학자, 민주·공화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양쪽 캠프의 외교 담당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5월 27일 합의한 양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중국과 이런 관계를 맺은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영국·일본·캐나다 등은 중국과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 왔다. 자칫 중국의 군사력 확대와 티베트 탄압을 지지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중 합의를 두고 워싱턴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아닌 노무현 정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평가하는 이도 많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나 한·중 합의가 한·미 동맹의 약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이명박 정부 내에 반미 기류가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들은 양국 정부 간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쇠고기 문제를 보자. 한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 방문을 위해 쇠고기 관련 합의를 지나치게 서둘렀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한·미 FTA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나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 초대됐을 것이다. 캠프 데이비드 초청은 쇠고기 합의 한참 전에 결정된 것이다. 백악관은 이 대통령에게 양국의 친선 강화를 위한 긍정적인 제스처를 주고 싶어 했다. 한국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 국회 비준을 추진해온 이 대통령은 현재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내 상황도 심상치 않다. 오바마 후보 등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중 간 전략적 파트너 관계 수립이 한·미 관계에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프랑스 등 이미 중국과 이런 관계를 맺은 나라의 선례를 봐도 대개는 상징적 선언에 그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티베트 사태나 중국의 군사력 강화 등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민의 시선이 많이 바뀐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중 전략적 파트너 관계 합의를 가볍게 여길 수도 없다. 베이징은 과거에도 미국의 동맹국과 이런 유의 합의를 추구해 왔다. 동맹국들은 이 문제를 두고 미국에 먼저 의논해 오곤 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이런 시도에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중국이 이를 “미국 중심 체제에 대응하는 다극 체제를 수립했다”고 주장하는 데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도 주요 동맹국이 중국과 경제·외교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지지해 왔다. 전 세계의 안정과 상호 이익에 기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 중 간의 합의가 문제를 불러왔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한 나머지 중국과의 관계에서 큰 맥락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쇠고기 문제와 한·중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한·미 관계를 흔든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한·미 동맹의 토대는 여전히 굳건하고, 양국 정부 모두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 한· 미 모두 선거 후 새로 들어설 미국 정부가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나 한·중 전략적 파트너십 합의 등은 더 나은 한·미 관계를 위한 좋은 수업이 될 것이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정리=이수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