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두환씨의 단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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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두환(全斗煥)씨의 단식은 한마디로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그는 5공의 정통성이 전면 부인되는데 항의해 단식한다고 하지만 5공의 정통성이 그의 단식으로 회복될 수는 없는 것이다.
짐작컨대 全씨는 5공청산에 새로 나서 자신을 이 지경에 이르게 한 현정부에 대해 원한을 품고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단식을 결심했는지 모르겠다.그러나 전에도 우리가지적한바 있듯이 지금 진행중인 과거청산작업은 비 록 김영삼(金泳三)정부에 의해 작동된 것이긴 하지만 실은 한번은 거쳐야 할국민과 역사의 요구라고 봐야 한다.그렇다면 全씨로서는 여기에 겸허하게 순응하는 것이 순리(順理)다.과거의 진실을 숨김없이 밝히고, 할 말이 있으면 수사과정과 법정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지 않고 그의 구속을 현정권의 정치보복으로만 생각하고,자기가 지금 현정권과 정치투쟁을 한다고 생각해 투쟁의 한 방법으로 단식을 택한 것이라면 이는 잘못 생각한 것이다.그가 단식으로 안팎의 이목(耳目)을 집중시키고,혹시는 일부 추종자의동조를 유발하는데 성공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말하는 5공정통성이 수호되거나 국민적 요구로 진행되는 과거청산의 대세가 달라질 수는 없는 일이다.혹시 일부의 추측보도처럼 그가 단식으로 동정여론의 유도를 꾀하거나 병보석을 노리는 것이라면 대통령까지 지낸 인물로서 창피한 일이다.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으나 이런 추측이 나도는 자체가 벌써 그 자신을 창피하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라 형편을 생각하면 과거청산작업은 가급적 부작용이 적게,가급적 적은 대가(代價)를 치르며 슬기롭고 원만하게 조속히마무리 돼야 한다.그런 점에서 全씨측의 협조도 중요하다.문제를확대하고 파문을 크게 하는 것이 자신을 포함해 누구 에게도 도움이 될 수 없다.백담사세월등 그 자신 온갖 감회와 삭이기 어려운 감정도 있겠지만 단식으로 표출하거나 「투쟁」할 때는 지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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