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개월 이상 폐기·반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농림수산식품부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전량 반송하거나 폐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수출입 업체가 자율 결의를 지키지 않으면 정부가 강제 규제를 해서라도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8일 “민간 자율 결의가 시행되면 검역과정에서 자율 결의를 어긴 물량은 모두 반송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 반송 조치를 하는 데 따른 논란을 없애기 위해 문제가 되는 물량에 대한 검역을 거부해 수입업체가 스스로 반송하게끔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조치는 월령 구분 없이 쇠고기를 수입하도록 한 기존의 ‘수입 위생조건’을 뒤집는 것으로 사실상의 재협상에 해당된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미국도 정상적으로 쇠고기를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 금지’는 민간업체의 자율 규제를 기본으로 하되, 양국 정부가 관리·감독하고 그래도 문제가 되는 물량은 검역과정에서 반송하는 방식으로 윤곽이 잡혔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7일 한국의 ‘쇠고기 파동’과 관련, “한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한국에 들어가서는 안 될 물건이 수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에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8시10분부터 20분간 전화통화를 했다.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한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8일 한·미 두 정상의 전화통화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손 대표는 국회 본청 앞 천막 농성장에서 밤을 지새운 뒤 “국민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실질적 재협상을 위한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측근들이 전했다.

최상연·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