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일본 검찰의 法집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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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일 일본 검찰에 구속된 야마구치 도시오(山口敏夫.55.중의원의원)전노동상이 구속되기 전에 보인 도전적 자세는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경우와 닮은 점이 있다.그는 자신의 목을 조여드는 도쿄지검 특수부를 맹비난하면서 출두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구속되기 전날엔 메이지(明治)신궁(神宮)을 찾아가 사뭇 경건히 참배하기도 했다.야마구치 전노동상은 자신의 직위를 이용,금융기관에 압력을 행사해 27억엔(약 216억원)을 부정대출받은혐의(배임)를 받고 있다.물론 그는 정치적 탄압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그러나 이런 야마구치를 대하는 도쿄지검 특수부의 태도는 우리나라 검찰의 경우와는 매우 대조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없다.동작이 빠르다고 법 집행의 엄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본 검찰 은 잘 알고 있는 것같다.도쿄지검 특수부는 먼저 증거수집부터 시작했다.증거가 확보된 뒤에도 불구속 수사로 방향을 정했다가 야마구치가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나서자 구속하기로 결정했다.피의자가 현역의원인 만큼 검찰간부를 5일 중의원에 보내 비공개로 혐의사실을 상세히 설명했다.6일 국회의구속허락이 떨어졌고,법원도 비로소 영장을 발부했다.이 모든 과정은 정상적인 일과시간중에 진행됐다.그런데도 일본언론은 『국회가 현역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지 단 이틀만에 구속 을 허락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야마구치 본인에 대한 일본내 여론은 당연히 비판일색이지만 정상적 절차가 자꾸 무시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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