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통위 회의 인플레 처방전 주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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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14면

오일쇼크의 회오리 앞에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잇따라 ‘인플레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7월 중 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를 지난주 시장에 보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더 이상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베트남 등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한국은행도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인플레 차단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기부양을 위해 곧 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더구나 성장 우선의 강만수 경제팀은 한은에 금리인하를 집요하게 압박해온 터였다.

그러나 이달 들어 상황은 급반전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로 치솟은 가운데 “물가부터 잡아 달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이제 금융시장에서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장은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동결’ 결정이 나올 것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증권업협회의 설문 결과 채권시장 전문가의 92%가 동결에 표를 던졌다.

관심은 금통위 회의 뒤 나올 이성태 한은 총재의 발언에 집중되고 있다. 인플레와 관련한 그의 발언 수위를 통해 기준금리의 인상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일부 전문가는 이 총재가 올 하반기 중 금리인상 카드를 결국 꺼내 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실 이 총재는 MB정부 들어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기획재정부의 강만수-최중경 라인은 고환율·저금리 정책 방향에 한은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이 총재가 노무현 정부 사람’이라며 교체 필요성까지 거론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지나 놓고 보니 한은이 정부 뜻대로 휘둘렸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아찔한 생각이 든다. 물가 불안이 더 심해지지 않았을까.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이 총재가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뚝심 있게 금통위를 이끌고 있는 게 시장에는 그나마 위안”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요즘 시장은 절감하고 있을 법하다.  



▶지난 주
5일 국세청은 하나은행이 2002년 서울은행 합병과 관련한 법인세 1조7000억원을 안 내도 된다고 결정
 
▶이번 주
11일 한국은행, 5월 생산자 물가동향 발표
11일 농림수산식품부, 농수산물 수출 확대 종합계획 발표
12일 미국 5월 소매판매=월스트리트는 전달보다 0.7% 정도 늘었을 것으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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