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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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02면

지리산은 섬진강을 끼고 있고 섬진강은 지리산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과 강은 한 몸입니다. 악양 집을 나서 구례장을 가려면 섬진강을 왼쪽에 끼고, 하동장을 가려면 섬진강을 오른쪽에 끼고 가야 합니다.

장날은 주막집 가는 날입니다. 주막집에서 막걸리 먹는 재미가 쏠쏠한 이유는 서로 모르는 이들이 둥근 탁자에 어울려 앉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수다를 떨기 때문입니다. 우연이면서 필연이고, 필연이면서 우연인 만남이 즐겁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강가의 돌밭에 앉아 햇빛도 만나고, 바람도 만나고, 막걸리 기운이 아직 남은 나도 만났습니다. 돌밭 풍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하나의 돌은 꼭 또 다른 돌에 기대어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흔한 말로 ‘하나이면서 여럿이고, 여럿이면서 하나’입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세상의 이야기를 햇빛과 바람과 돌들로부터 듣고 한 수 배웁니다. 모든 것은 모든 것과 관계하고 우리는 홀로 있지 아니합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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