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바로잡는 계기로"-全씨 구속 시민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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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일요일인 3일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이 안양교도소에 전격 구속수감되는 장면을 TV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들은 『역사의 오점을 지우는 사필귀정의 조치』라는 환영에서부터 허탈감.우려까지 복잡한 감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이와함께 두 전직 대통령이 17일 간격으로 잇따라 구속되는 헌정사의 비극과 정치소용돌이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며 이번사건을 정치권의 각성과 역사 바로 세우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격변과 혼란을 틈탄 북한의 오판 가능성에 불안감을 표시했고 국토방위에 힘쓰고 있는 대다수 군인들의 사기를 꺾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대영(李大泳.경제정의실천연합 정책부장)씨는 『全 씨 구속은 내란과 반란으로 헌정을 중단시키고 양민을 학살한 죄인에 대한 당연한 조치』라며 『오욕의 민족사를 바로잡기 위해 구속 이후에도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12.12와 5.18등에 대한 진상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덕영(趙德英.45.자영업.서울구로구오류동 금강아파트)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준 사람이 지금까지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하다』며 뒤늦은 사법조치를 환영했다.
장경섭(張慶燮)서울대 교수는 『좌파음모의 희생양이라는 全씨 주장은 터무니 없는 말로 全씨등에 대한 처리를 얼마나 엄정하게잘 하느냐가 김영삼(金泳三)정권에 부여된 역사적 과업』이라고 지적했다.
안상수(安商守)변호사는 『불의를 저지른 자는 세월이 흘러도 단죄가 이뤄진다는 역사의 진리가 확인됐다』며 『특히 한번도 얼룩진 과거에 대해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던 우리도 이젠 강압적인군사문화를 씻어내고 새로운 정치.사회를 이뤄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염무웅(廉武熊)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은 『정부가 일관되게5,6공 세력의 비리를 청산하고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것만이현 정국을 타개하고 국민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창복(李昌馥)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상임의장은『全씨의 구속은 총칼을 앞세워 국민들의 민주화의지를 짓밟고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군사반란과 내란수괴에 대한 준엄한 역사적 심판』이라며 환영했다.
全씨 처리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데 대한 걱정의 소리도 나왔다. 한수희(韓秀姬.34.여.D여고교사)씨는 『오로지 훼손된 민족정기를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 처리해야할 역사청산 작업에 특정정파의 정략적인 목적이나 의도가 개입될 경우 그 순수성이 희석되고 역사에 또다른 오점을 남길 수 있다』고 경계했 다.
이연택(李連澤.40.한양대 교무부처장)씨는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복잡한 문제를 급작스럽게 해결하려다 보니 다소 혼란스런 일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일관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결책을 찾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규화.강홍준.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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