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취임 100일 만에 참패한 이명박 정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어제 실시된 재·보선 지방선거에서 집권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대선·총선은 물론 2006년 6월 지방선거에 비하면 믿어지지 않는 후퇴다. 지방선거는 원래 지역개발 공약과 후보에 대한 지역평판 등이 많이 작용한다. 하지만 한나라당 패배의 흐름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난 것은 ‘이명박 100일’에 대한 심판이라고 봐야 한다. 쇠고기 수입 파동에다 정권의 정책·인사·스타일에 대한 총체적인 실망이 분출된 것이다.

선거는 민심의 거울이다. 정권이 오만과 부실로 기울면 유권자는 채찍을 든다. 2004년 총선에서 여대야소가 되자 노무현 정권은 폭주에 가까운 오만을 보였다. 노 정권은 줄줄이 이어진 재·보선에서 패배했고 2006년 6월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에서 KO펀치를 맞았다. 유권자는 이명박 정권이 48.7%의 대선 승리와 의회권력 장악에 도취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여지없이, 다시 한번, ‘선거의 일침’이 나왔다. 여권 내에선 “몇 군데의 지방선거는 작은 지방선거일 뿐”이라고 애써 결과를 외면하려는 시각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선거는 항상 가을을 알리는 오동나무 잎이었다.

정권은 정신을 차려 6·4 재·보선을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권의 진용과 시스템을 새로 구축한다는 차원으로 국정쇄신책을 준비해야 한다. 정권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각오로 미국과 협의해 쇠고기 사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 해법이 정권의 돌파구다. 새로 출발할 준비를 갖추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나서 진솔한 설명으로 이해를 구해야 한다.

민주당은 재·보선에서 승리했다고 민심을 오판해선 안 된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떨어져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답보상태였다. 한나라당으로 갈 수 없어 민주당으로 간 표가 많을 것이다. 민주당이 선거 결과를 이용해 장외투쟁에만 몰두하고 국회를 방기한다면 표는 지지율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나 여야나 선거 결과를 앞에 두고 국가의 혼란을 진정시키고 국론화합을 모색하는 지혜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