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연木求魚-터무니없는 짓을 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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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전국시대(戰國時代) 제후간의 쟁패(爭覇)를 누구보다도 개탄했던 자는 맹자(孟子)였다.그는 인의(仁義)로 백성들을 다스리자고 했다.이른바 왕도정치(王道政治)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제후는 아무도 없었다.제(齊)나라의 선왕(宣王)도 예외는 아니었다.오직 그에게는 부국강병(富國强兵)뿐이었으며,왕도정치란 하로동선(夏爐冬扇선.「여름의난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으로 무용지물을 뜻함 )에 불과할 뿐이었다.
과연 맹자를 만나 본 선왕은 대뜸 춘추시대 제(齊) 환공(桓公)과 진(晋) 문공(文公)에 대해 듣고 싶다고 했다.둘 다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하나로 크게 패업(覇業)을 일으킨 제후들이었다.요컨대 왕도(王道)같은 쓸데없는 소리는 하 지 말고 패도(覇道)에 대해서나 이야기하라는 것이었다.
맹자는 기가 막혔다.그러나 맞받아치면 역효과가 날 것같아 은근히 비꼬면서 말했다.
『왕의 뜻은 패업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하지만 무력으로 천하를 손에 넣겠다는 발상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자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니! 그게 그렇게 터무니없다는 이야기요?』 『터무니없는 정도가 아닙니다.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잡는 것은 혹 못 잡더라도 후환(後患)은 없습니다.그러나 그 같은 방법으로 천하를 얻고자 한다면 뒤에 반드시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곧 무력으로 백성을 괴롭히고 살육을 일삼는 그런 터무니없는 행위는 그만두라는 것이다.마치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려는 것처럼 「무의미한 짓」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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