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 豫測性 너무 떨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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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숨가쁜 돌발사의 연속에 휩싸여 있다.자고 나면 깜짝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고,TV에 뉴스자막(字幕)이 비치면 가슴부터 덜컥 한다.
이런 현상은 최근들어 더욱 심하다.헌법재판소가 마침내 5.18처벌에 관해 입장을 밝히는가 했더니 결정 하루전에 소원을 취하해버리고,불구속기소된 재벌총수가 밤중에 전격 구속되는 것을 본다.5.18처벌은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던 대통령 이 돌연 특별법제정을 지시하는가 하면,장외투쟁은 않겠다던 정당이 갑자기 장외투쟁을 한다고 나서고 있다.
정부.정치권.정치지도자의 말과 행동이 이처럼 걷잡을 수 없게홀연 바뀌고 홀연 달라지니 정치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측성도찾을 수 없다.
정치의 예측성이 이렇게 떨어지면 그 부작용과 폐해가 심각함은누구나 안다.언제 무슨 일이 돌연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면사회안정이 흔들리고,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것은 정한 이치다.오늘날 시중에 盧씨 비자금사건과 권력 뒤쪽 등에 관해 허다한 유언비어가 나돌고,때 아니게 점술가에게 사람이 몰리는 까닭이 뭐겠는가.더욱이 경기가 점차 내리막길인데 정치예측성이 떨어지면 경제는 더욱 어려워진다.상황이 불투명하면 할수록 장래를 내다보고투자하기가 어려워질건 뻔한 이치 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5.18의 과거청산문제나 盧씨사건,다가오는 총선등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대하고 복잡한 문제인 것은 틀림없다.그러나 정부.정치권.정치지도자들은 어려운 문제일수록 심사숙고하고 신중한 판단을 함으로써 말과 행동의 일관성과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즉흥적 판단이나 깜짝쇼 같은 일이 자주 있어서는 안된다.그리고 흔히 말하는 국면회피용 또는 호도용(糊塗用)정략.술수가 정치예측성을 더욱 떨어뜨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치지도자가 원칙과 신념에 입각해 한번 공언한 일은 밀고 나가는 자세를 보여야 정치예측성이 가능하다.하루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오늘의 정치상황을 보며 정치인들은 좀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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