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정국-헌법訴願 취하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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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18특별법 제정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헌법소원을 제기한광주항쟁동지회등 3개단체가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하루 앞둔 29일 일제히 헌법소원을 취하한 것이다.민자당 특별법기초위 현경대(玄敬大)위원장은 『이렇게 되면 헌재가 선고할 수 없을 것으로본다』고 말했다.
광주항쟁동지회.광주항쟁진상규명범국민회의.김대중(金大中)내란음모사건피해자등 3개 단체가 이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자명하다.
헌재의 결정이 특별법 제정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아예 헌재가 판결을 못내리도록 하자』는 것이 헌법 소원 취소의취지다. 이들이 지목하는 헌재의 결정은 「5.18내란죄는 공소시효가 지났고 12.12군사반란도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두전직대통령만 처벌할 수 있다」는 부분.이 결정이 선고되면5.18내란을 처벌하거나 12.12반란의 다른 가담자들 의 죄를 묻는 조항을 특별법에 넣을 경우 위헌시비가 일게 된다.
全.盧 두사람을 비롯한 쿠데타세력을 처벌하자고 낸 헌법소원인만큼 오히려 이 헌법소원이 처벌에 장애가 된다는 것이 밝혀지면취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일부 관계자들은 『이로써특별법 제정을 제약하던 문제점이 어느정도 해소 됐다』고 주장한다.이들은 그래서 특별법 제정이 보다 수월해졌다고 본다.
그러나 헌법소원 취소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한시적인 편법이라는 주장이다.사실 헌재가 판결할 수없게 됐다고 위헌시비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예컨대 全.盧두전직대통령측에서 같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헌재는 이번과 똑같은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그럴 경우 이번의 취소는 헌재의 선고시기를 다소 늦춘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없게 된다. 특별법의 내용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견해도 제기된다.5.18내란을 처벌하고 12.12의 다른 가담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특별법에 담으면 위헌시비는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다.민자당이 관련단체의 헌법소원 취소에도 불구하고 『위헌논 란의 빌미를 주지 않는 내용으로 특별법을 계속 만들어가겠다(현경대위원장)』고 밝히고 있는 것도 이를 의식한 때문이다.
만일 정치권에서 헌재의 선고가 불가능하게 됐다는 점을 이용해특별법에 5.18과 12.12가담자 처벌규정을 넣으면 엉뚱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全.盧씨등 쿠데타세력이 명분과 논리로 특별법을 공격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또한 이에 대한 부담은 민자당이나 국민회의등 정당이 아니라 특별법을 제정한 국회가 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헌법소원 취소에도 불구하고 특별법 제정작업이 안고 있는숙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며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현명하게 푸는 길만이 유일한 방책이라고 하겠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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