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을즐겁게>등산狂 이상경씨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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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이상경(44.한국보증보험 영동지점내 자보상경대리점대표)씨는 두달전의 기쁨을 생각하면 아직도 입가에 미소가 인다.
그는 지난 9월17일 용평리조트에서 열렸던 산악마라톤대회에서부인 김순덕(44)씨,아들 정섭(14)군과 가족팀으로 참가해 1등을 차지했다.
아마 자신의 가족만 1등을 했다면 그 기쁨이 아직까지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날 대회에서는 같이 산행을 하는 직장동료 가족들이 잇따라 2,3등을 차지했다.
2등을 한 이경환(47).방원숙(43)씨 부부와 딸 나영(15)양,3등을 한 이강수(48).지남희(39)씨 부부와 아들 길재(15)군 가족은 3년전부터 매주 산행을 같이 하며 땀흘린직장동료이자 산친구들이다.그는 『그래선지 동료들 과 술을 한잔하거나 가족들끼리 만나면 산악마라톤 때의 기쁨이 새록새록 살아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사람 자랑해서 부끄럽지만』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대리점 산행가족들의 1,2,3등 입상을 부인덕으로 돌렸다.
그의 부인 김순덕씨는 10여년간 마라톤을 해온 아마추어 마라톤계에서는 알아주는 여장부.
MBC창립25주년 주부건강달리기대회에서 입상한 이후 입상경력도 대단하다.과천시민달리기대회와 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서는 1등을하기도 했다.스포츠우먼인 김씨는 남편에게 꾸준히 스포츠를 하도록 독려했고,결국 남편이 직장동료들과 가족산행클 럽을 만드는데산파역할을 했다.김씨는 『원래 몸이 약하다보니 힘든 마라톤을 하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간의 고통이 지나가면 가슴이 탁 트이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됐고,그것이 달리기에 더욱 집착하게 된 계기』라고 그는 말했다.그는 지금도 매일 1시간씩 달리기를 하고 있다.
이들 산행가족의 산행패턴은 좀 다르다.
평탄한 길,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길을 피한다.대신 조금만 걸어도 등에 땀이 진하게 흐르는 힘든 루트를 주로 찾는다.산행루트는 등산잡지에서 새로 발굴한 곳을 중심으로 선정한다.그러다보니 산행길이 고달프다.
그러나 힘든 일 뒤에 오는 기쁨이 더 크다는 진리를 깨닫곤 한다. 김씨는 『주말산행을 하고나면 1주일 내내 즐겁다』고 말했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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