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살아있다>스리랑카의 무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스리랑카는 언어.종교.역사가 다른 민족들로 구성돼 있어 민족갈등으로 인한 내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그중 신할라족이 인구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이들은 힌두교를 믿고 있는데도굿을 많이 하고 있다.집을 지을 때 이웃의 질 투로부터 해를 입지 않기 위해,도둑이 들지 않도록,또는 부인이 외간 남자와 부정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꼭 성주굿을 한다.이들은 결혼을 앞두고서도,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에도 굿을 한다.내가 만난스리랑카 무당 중에 달파세나(40 )라는 무당이 있다.그는 올리 카스트 사람으로 정통 무당 가계 출신이다.그의 아버지는 악사로 굿판에서 북을 쳤다.그는 일곱살때부터 아버지와 외삼촌을 따라다니며 굿을 배웠는데 지금은 큰 무당이 되어 정부가 만든 춤 센터에서 전통 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굿에 관한 책과 탈을 갖고 있다.탈은 굿에서 신이 등장할 때 사용한다.따라서 스리랑카의 탈춤은 굿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우리나라의 탈춤이 풍자와 해학 중심의 놀이라고 한다면 이들의 탈춤은 굿판에서 신 의 모습으로등장해 신의 춤,신의 말씀을 전하는 연극인 셈이다.그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무당을 시키지 않겠노라고 했다.자신은 굿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지만 아들 세대에는 굿이 소멸돼 직업으로서의 무당이 그리 필요하지 않은 시 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아들들을 학교에 보내 공부를 시킨다고 했다.그는 15년정도 후면 굿이 급속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이러한 사정은 비단 스리랑카 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러나라들이 흡사하다.산업화.서구화돼 가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들이 소멸되거나 변모돼 가고 있는 것이다.
먼 훗날 자신들의 문화를 얘기해야 할 때 나의 사진을 필요로할 것이라는 말을 현지 지식인들로부터 들을 때마다 나는 슬픔을느낀다.우리들의 옛 사진들중 서양사람들이 찍은 것들이 많아서만이 아니다.자신들의 문화를 사랑하고 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가슴,남의 것이 훌륭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그 가슴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수남 사진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