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프티발레단 일본공연 최고 몸짓에 뜨거운 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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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71세의 노인과 나무인형에 기립박수를….
세계적인 프랑스 국립 「롤랑 프티발레단」이 일본에서의 첫 공연을 마친 17일밤,도쿄(東京)고탄다(五反田)유포트 간이보험홀에는 나무인형을 끌어안고 인사하는 롤랑 프티에게 프리마 발레리나보다 더 많은 갈채가 쏟아졌다.발레공연에서 최고 의 갈채는 늘 날씬한 몸매와 유연한 몸 동작으로 관중을 매료시킨 프리마 발레리나의 몫이지만 『코펠리아』에서는 주인공이 따로 있었다.
코펠리아는 발레에 나오는 주역의 이름이 아니라 말 못하는 나무인형의 이름이다.이 인형을 끌어안고 마치 애인이라도 되는 양우스꽝스럽게 몸을 흔드는 「늙은 발레리노」 롤랑 프티는 젊고 아름다운 발레리나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매력으로 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형에 인간의 혼을 불어넣으려는 늙은 과학자(코펠리우스)와 이 인형에 사랑을 느끼는 남자(프란츠),그리고 이 남자의 사랑을 되찾으려는 여자(스와닐다)를 중심으로 엮어지는 이 발레는 비극적 발레의 전형인 『지젤』과 대비되는 희극적 발레의 진수다. 『호두까기 인형』의 원작자인 호프만의 소설을 개작한 『코펠리아』에서 명랑하고 깜찍한 스와닐다역은 발레리나의 온 재능을 한 무대에 쏟아낼 수 있어 발레리나들의 꿈이기도 하다.
롤랑 프티는 60명의 단원을 이끌고 17일 도쿄공연을 시작으로 29일 오사카(大阪)공연까지 10차례의 순회공연을 갖는다.
일본의 발레 팬들은 첫 날 도쿄 공연이 시작되기 1시간전부터 긴 행렬을 이뤄 세계적인 발레공연에 열띤 관심을 표시했으며 공연이 끝나자 2,000석을 꽉 메운 관객들의 박수가 30분 이상 계속됐다.뛰어난 예술은 문화적 기호의 차이를 순식간에 초월해버렸다.롤랑 프티 발레단은 이번 방일기간중 『코펠리아』 외에스페인의 열정적인 사랑을 다룬 고전 발레 『카르멘』『아를의 여인』도 함께 공연한다.
한국의 발레 팬들이 섭섭해 할 이유는 없다.롤랑 프티 발레단을 다음달 2~3일 서울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중앙일보 초청으로 이뤄진 롤랑 프티 발레단의 서울공연은 세종문화회관에서 2일 『코펠리아』,3일 『사라지는 사원 위에 달이 내리고』『카르멘』『아를의 여인』등을 선보인다.751-9619,9620.
도쿄=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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