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캠프에 보내고 싶은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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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여름방학 캠프를 고를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주변의 추천이다. 역시 어머니들의 입김은 여기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자칭 타칭 캠프계의 고수엄마들이 털어놓는 캠프의 겉과 속을 들여다봤다.


  “준순 엄마, 이번엔 캠프 어디로 보낼 거야?” “해민 엄마, 어느 캠프가 좋을까?”
  주부 한미정(41·서울 반포동)씨와 조보현(41·광명 하안동)씨는 엄마들 사이에서 캠프 전도사로 통한다. 그러나 둘은 선호하는 캠프가 다르다. 물론 캠프를 보내는 목적도 다르다. 기자가 두 캠프 고수로부터 캠프 고르는 법을 살짝 엿들었다.
김지혁(이하 김): 요즘 자녀들의 여름방학 캠프를 고르느라 진땀 빼는 부모가 많습니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캠프를 보내고 싶은 게 부모마음일 텐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미정(이하 한): 저는 캠프 고를 때 시스템이 잘 갖춰진 캠프를 우선적으로 고릅니다. 참여 학생 대비 강사수도 꼼꼼히 따져봐야 하죠. 대략 해외 캠프는 현지의 학교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게 무난합니다.
조보현(이하 조): 저는 해외캠프나 각종 체험위주의 캠프보다는 동기부여 캠프를 권하고 싶어요. 아이의 자립심이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물론 체험캠프로 자립심을 키울 수도 있지만 목표가 없는 자립은 금방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본격적인 학업이 시작되는 중학교 입학 전에 스스로 꿈을 키우고 그 목표를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합니다.
김: 지난해 어떤 캠프에 보냈고, 그 효과는 어땠는지 말씀해주시죠.
한: 초5학년이었던 둘째아이를 6주간의 싸이판 과학캠프에 보냈었죠. 미국 미주리대 교수가 직접 출강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워낙 생물학 쪽에 관심이 많아 학습과 체험이 적절하게 조합돼 있는 프로그램을 보고 결심했습니다. 물론 아이의 동의를 얻어서 말이죠.  
조: 저는 초6학년이었던 첫째아이와 함께 국내에서 열린 동기부여 캠프에 참가했었어요. 1박2일 과정이었는데 다녀와서 아이가 많이 변했어요. 숙제 빨리 끝내고 컴퓨터 게임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숙제를 대충 대충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컴퓨터 게임보다는 숙제를 신경 써서 하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시간 계획도 스스로 짜고 실천하려 열심히 노력하더라고요.
한: 떠날 때 보냈던 그대로 옷을 차곡차곡 개왔더라고요. 집에서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둘째아이라 그런지 막연히 어리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캠프 다녀올 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아 기분 좋습니다. 그리고 수학을 어려워해 생물학을 좋아하는데도 이과계열의 꿈을 접었었는데 캠프를 다녀와서 다시 그 분야로 바뀌었어요. 흐뭇하더군요.
김: 캠프 보낼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조: 우선 선택할 때 선생님에 비해 참가인원이 너무 많은 체험캠프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보내기로 결정했다면 욕심을 버리세요. 들인 돈 만큼 얻어오길 바라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이 스스로 경험을 통해 서서히 얻어가길 바래야죠.
한: 국제로밍 핸드폰을 손에 쥐어 보냈는데 사사건건 집에 전화를 하는 통에 본의 아니게 캠프를 속속들이 알게 된 적이 있었죠. 주로 불만사항들을 털어놓는데 그 당시에는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더군요. 괜히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은 혼자서도 잘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김: 캠프에 대한 관심사가 서로 다르신데 상대방의 캠프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제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알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저희 아이도 동기부여 캠프에 보내보고 싶네요.
조: 해외캠프나 국내 체험캠프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자아가 성숙할 때까진 동기부여나 시간활용 세미나에 참여시킬 겁니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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