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레버리지’ 위해 직접 지원 추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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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북측의 긴급 지원 요청을 받은 세계식량계획(WFP)이 우리 정부에 지원 요청서를 보내면서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을 둘러싼 상황이 전기를 맞고 있다. WFP 측의 요청을 식량 사정이 심각하다는 하나의 요소로 놓고, 다른 요소들도 종합해 되도록 직접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운 분위기다. 통일부 관계자는 31일 “판단이 설 경우 북한에 대해 선(先)제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WFP 요청과 관련, “요청이 있었지만, 여러 상황과 요소를 봐 가며 검토할 것”이라며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WFP를 통한 지원 카드를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지원을 요청할 경우 이를 검토해 직접 지원하고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확인될 경우, 또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식량 지원을 추진할 수 있다는 등의 이른바 ‘대북 인도적 지원 3대 원칙’을 밝혔다. 이후 정부의 분위기는 ‘가급적 지원’ 쪽에 무게가 쏠렸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27~30일 중국을 방문해 “지구상에 멀리 있는 나라도 어려우면 돕는 것이 도리인데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동안 WFP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통한 간접 지원과 직접 지원 방식 두 가지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여왔다. WFP를 통한 지원 방식은 외교부가 선호했고, 통일부는 어떻게든 직접 지원을 하자는 쪽이었다. 청와대도 후자 쪽에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야 대북 레버리지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통일부 관계자는 “상황과 요소를 봐 가며 검토한다는 것은 정부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정원이 ‘위기상황이 아니다’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다시 북한의 식량 상황을 진단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5일 농촌경제 연구소 주최 북한 식량 실태 세미나를 통해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의견을 모으고, 최근 북한을 방북하고 돌아온 민간 단체 인사들도 직접 접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6·15 남북 공동행사 등을 통해 우리 측 인사에게 간접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내심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북한의 식량난을 지속적으로 알려온 대북 지원단체 ‘좋은벗들’은 지난달 26일 보고회에서 북한의 중앙 및 지방 관리, 탈북 소녀 등의 증언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사자가 속출한다는 내용이다. WFP를 통한 간접 형태이든, 직접 지원이든 정부의 식량 지원 여부는 조만간 지원 쪽으로 결론이 날 것 같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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