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自淨,말아닌 행동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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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태우(盧泰愚)씨 사건이 터진후 한달만에야 정치권에서 비로소자정(自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입만 열면 나는 깨끗하고 너는 부패했다고 진흙탕 개싸움격의 공방전만 벌이더니 늦게나마 자정노력에 착안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여야 각 정당이 추진하는 자정방안을 보면▶돈안드는 선거를 위한 선거법및 정치자금법 개정▶부패자금의 유입 차단 방안▶후원금.국고보조금의 투명한 집행▶부패 소지가 있는 로비의 차단 등이다.
물론 이런 방안들은 반드시 강구돼야 할 것들이다.그렇지만 정치권의 정화(淨化),다시 말해 정치권의 부패 청산이란 문제는 盧씨 사건과 같은 큰 충격 끝에 강조주간의 행사처럼 자정운동이나 이것저것 몇가지 일을 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데 유의해야한다.각 정당이 공통으로 법 개정을 들고나왔지만 지금도 법이 없어 부패가 만연하는 것은 아니다.자정운동만 해도 그 전에 벌써 초선의원들의 깨끗한 정치실천운동이 있었고 현정권 출범 초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문제는 말 아닌 행동이다.그리고 부패하지 않고도 남 못잖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일이다.먼저 정치권은 盧씨가 재임 5년간 그토록 엄청난 규모의 지속적인 부패행각을 했는데도 왜 국회나 정치권이 전혀 제동을 걸지 못 했나,그때 자기들은 뭘 하고 있었나 하는 점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부패정치의 청산은 국회와 정치권이 그런 구조적 정경유착.권력형 비리를 견제.감시할 수 있어야 가능해진다.
우리는 정치권이 이런 문제의식부터 갖고 자정운동에 나서기를 촉구하면서 이번 기회에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접근이 있기를 당부한다.그리고 자정운동이 국민 신뢰를 얻자면 말 아닌행동으로 제도개혁을 위한 여야협의기구 구성 등 눈에 보이는 조치를 발빠르게 보여줘야 한다고 믿는다.덧붙여 깨끗한 정치를 한다면서 으레 국고보조금을 올리곤 했는데 더 이상 국민 세금에 의지하기보다 각자의 재산과 당원 헌금으로 정치가 굴러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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