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소설상"받은 은희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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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저의 소설적 가능성을 인정받게돼 기쁩니다.』 신진작가 은희경(殷熙耕.36)씨가 장편소설 『새의 선물』로 계간 문학동네가제정한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고료 3,000만원)수상자로선정됐다.
전북 고창출신인 殷씨는 숙명여대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이중주』로 등단했다. 수상작 『새의 선물』은 조숙하고 영악한 12세 소녀의 눈에비친 세태와 삶의 이면을 날카롭게 그려낸 성장소설이다.
소설은 『나는 세상이 내게 별반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열두살에 성장을 멈췄다.나는 알것을 다 알았고 내가 생각하기로는 더이상 성숙할 것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화자가 자신의12세 시절을 묘사한 액자소설(소설속의 소설)형 식으로 써졌다. 부모를 잃고 외가에서 사는 소녀가 성장과정에서 치르는 갖가지 통과의례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감싸고 있는 이 소설의 무대는69년 남도지방의 한 소읍이다.
그때는 선데이 서울,주민등록증의 탄생,대한뉴스,도시락 혼식검사,동백림 사건,국민교육헌장,「증산.수출.건설」등의 표어,문희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부채 등이 시대적 기호들이었다.
그같은 혼란스런 세태를 배경으로 殷씨는 『한 소녀의 내면을 통해서 선과 악으로 도식화할 수 없는 세상의 비합리성을 그리고싶었다. 그러나 막상 쓰다보면 문맥속에 사유를 드러내려는 의도와 달리 스토리 위주의 세태소설이 돼버려 중단했었다.
역량이 장편을 쓸 만큼 무르익지 않았던 것으로 봤다.
그러나 다른 소설을 쓰는 데도 같은 문제에 부닥치는 바람에 다시 이 소설로 돌아와 지난 여름에 완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여름 무주 적상산의 안국사로 들어가 2개월간 해발1,000가 넘는 선방에서 하루 10시간씩 노트북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1,500장 분량의 이 장편을 탈고했다.
소설을 쓰는 동안 내내 12세때의 증명사진을 머리맡에 붙여놓고 「나는 지금 저애다」고 생각하며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곤 했다고 한다.
殷씨는 시종 웃음을 자아내는 해학적 문체와 치밀한 심리묘사가따스한 느낌을 유발하는 이 작품을 계기로 『제 소설만의 색깔과영역을 분명히 갖게된 것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책은 이달 중 문학동네에서 출간될 예정.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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