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자금정국 해법-兩大기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비자금 정국의 해법을 놓고 여권내에 두 가지 기류가 얽혀있다. 하나는 구시대 정치를 이번 기회에 뿌리뽑자는 「청산론」이고,다른 하나는 비자금 수사와 별도로 정치권으로의 여파는 줄이자는 「수습론」이다.
민주계측 대부분이 청산론에 서있고 김윤환(金潤煥)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정계인사들이 수습론에 서있다.
지난주 초반까지만 해도 여권의 주류는 「갈데까지 가자」는 청산론이었다.
민자당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이 선봉에 섰다.그는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의 정치자금 수수의혹을 제기하는등 구시대 정치청산을 강조했다.야권내 양김(兩金)씨 퇴진도 촉구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주 중반을 넘어서면서 슬그머니 수습론이 고개를 들었다.金대표와 일부 민주계를 중심으로 『더 이상 확전은 바람직하지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이 수습론은 청와대 일부에서 姜총장을 향한 불만이 제기되는 것과 함께 흐름 을 탔다.
金대표는 더 나아가 『盧씨 탈당후 대선지원금이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주변으로 흘러들어갔을 수 있다』며 여권내 부담을 은근히 지목했다.金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수습론은 사라지지않았다.
그리고 수습론 은 이제 속전속결론으로 모양새를 바꿨다.수습을강조하는데 대한 집권내부세력의 눈총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청산론도 옷을 바꿔 입었다.이름하여 장기화론이다.작금의 상황을 총선까지 끌고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갈 데까지 가야된다는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다.정치권 사정도 성역없이 하자고 한다.
이러한 양기류는 세력다툼 양상까지 띠고 있다.
현정부에서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인사들은 조기수습론에 기울어있다.
반면 이들을 딛고 올라서려는 사람들은 『갈데까지 가자』는 입장이다. 해법의 열쇠는 金대통령이 쥐고 있다.
민자당은 이날 혼재된 목소리를 정돈하려는듯 국민회의 金총재에대한 공세를 재개했다.앞으로 물밑에 잠복해있는 두 기류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비자금 정국의 해법도 좌우될 것이다.
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