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불완전한 것도 받아들여야 행복해지는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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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무도 모르는 색깔
김혜진 지음, 바람의아이들, 555쪽
1만3000원, 초등 고학년 이상

“불완전해진다는 것은 끝없는 가능성을 얻는 일이겠지. 그 중에는 아주 슬프고 괴롭게 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걸 넘어설 때 알게 될 진한 기쁨과 희망의 가능성도 있겠지…. 네가 부럽구나.”(526쪽)

불완전의 가치. 그 깨달음을 향해 달려가는 장편 판타지 동화다. 한국형 판타지를 표방하는 ‘완전한 세계’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아로와 완전한 세계』(2004년), 『지팡이 경주』(2007년)와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1, 2편의 주인공이었던 아로·아현의 언니(누나)인 큰딸 아진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7년 전 어느 여름날, 치밀어 오르는 울음을 참으며 병원 도서실을 찾은 아진은 보석 브로치가 달린 책 『완전한 세계의 이야기』를 발견한다. 무심코 브로치를 옷깃에 꽂는 순간 아진은 완전한 세계 열두 개 나라 중 하나인 색채나라로 들어간다. 초록왕이 다스리는 색채나라에서 아진은 『완전한 세계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읽는이’의 역할을 한다. 불완전한 세계에서 온 ‘읽는이’가 『완전한 …』를 읽어 내용을 하얗게 비워내 줘야 완전한 세계의 역사가 계속된다는 게 그 세계의 질서다.

책을 다 읽은 아진. 가족들이 사는 불완전한 세계에 가기 위해 책에 브로치를 꽂았지만, 책과 브로치만 사라지고 아진은 완전한 세계에 남아버렸다. 어찌 된 영문일까.

바로 아진이 “완전해졌기 때문”이란다. 아진이 집으로 돌아가려면 불완전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색깔’을 찾아야 한다. 색불로 색돌을 얻고, 색돌로 색물을 얻고, 색물로 색바람을 얻어, 마침내 ‘아무도 모르는 색깔’을 찾는 과정이 이 책의 내용이다.

하지만 단순한 모험 이야기가 아니다. ‘불완전한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아무도 모르는 색깔’이란 존재도 선명한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도구다. 색채나라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색깔’을 두려워한다. 무슨 색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추하고 무서운 색깔이 아닐까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색깔’ 역시 세상이 싫다. “사람들은 날 미워해, 무서워하잖아. 난 돌아갈 거야”라며 자신을 찾아낸 아진에게 생떼를 쓴다.

그 때 아진이 ‘아무도 모르는 색깔’을 위로하는 말이 이렇다.

“사람들은 널 몰라서 무서워하는 거야. 네가 알려진 색깔이 되면 사람들은 널 싫어하지 않을 거야. 색깔은 함께 있을 때 가장 아름답대. 무섭고 싫은 색깔은 없어. 다 꼭 필요한 색깔들인걸.”

아진은 그 말을 다시 고스란히 자신에게 적용시키면서 듣기조차 거부했던 소식,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마침내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음껏 슬퍼하고 또 행복하게 그리워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독자인 아이들이 찾아내는 자신만의 ‘아무도 모르는 색깔’은 뭘까. 불완전한 자신의 현실을 소중한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독자들도 아진만큼 훌쩍 자랄 듯 싶다.

여운이 짙은 이야기지만, 500쪽을 훌쩍 넘기는 만만찮은 분량에다 앞부분 100쪽 정도를 추상적인 설정에 할애하고 있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 고비를 넘기는 끈기가 필요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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