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전망>외국인 '팔자' 신경쓸 것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투자자들은 온데간데 없고 매매꾼들(traders)만 설친 한주였다.개인이든 기관이든 모두 단기매매에 치중하다 자승자박(自繩自縛)한 꼴이다.외국인이 순매도(매수보다 매도가 많은 현상)한다고 아우성이다.이달 들어 순매도가 2,000 억원에 이른다는 이야기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지난해 12월 1차외국인한도확대전 두달동안 무려 6,000억원이 넘는 순매도가 있었고 12월에 비슷한 액수만큼 되산 후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8,500억원을 순매도했고 2차로 한도를 늘린 7월 한달동안 1조2,000억원,8월 엔 5,800억원,9월엔 4,6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에 2,000억원 또 다음달에 가령 3,000억원을 매도한들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내년 경기가 불투명하다고 한다.비자금 여파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인다는 이야기다.이것도 한번 따져보자.
지나친 경기확장과 그에 따른 무역적자(시설재의 과다한 수입때문에)의 주범으로 꼽혔던 설비투자가 줄어든다면 좋아할 일이 아닌가. 상장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좋을 거라는 예상이 연초부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이나 개인은 전반적으로 매도에 치중했다.그런데 이제와서 내년 경기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주식을 판다고법석을 떤다.
괜히 주가하락의 핑계거리가 없으니까 그러는 것이 아닐까.
마침 삼성증권이 16일 내놓은 12월 결산법인에 대한 95년실적추정에 의하면 매출이 평균 21%, 경상이익이 52% 그리고 순이익은 무려 62%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업종.규모간 실적이 고르지 못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이것은 분명히 대단한 성과다.
게다가 상당수의 기업이 내년에도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것이다. 주식투자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때다.
하여튼 종합주가지수는 75일평균선(973근처)은 물론 150일평균선(940근처)까지 내렸다.이로써 지난 5월의 바닥과 6,8월의 저점을 연결하는 추세선은 무너졌다.
25일평균선은 주가가 조만간 극적으로 반전하지 않는 한 곧 75일평균선 밑으로 떨어질 것이다.단기에는 음울한 예측이 있을뿐이다. 17일(지수 18.42상승)처럼 폭락에 대한 반작용을보일 가능성은 있지만 25일평균선과 75일평균선이 일단 위치를바꾸고 나면 75일평균선이 상승의 한계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증권사들의 이번주 예측도 「반등은 예상되지만 조정을 완전히탈피하기엔 시간이 걸리겠다」로 요약된다.
과연 희망은 없는 것일까.기술적인 이야기를 조금만 보태자.
25일평균선은 파동을 타면서도 7월초에 뚫은 75일평균선을 바탕으로 착실히 상승하고 있고 75일평균선도 8월말에 150일평균선을,9월초엔 200일평균선을 차례로 돌파했다.
10월 중순엔 150일평균선마저 200일평균선을 넘어 완전한정배열을 만들었다.
따라서 비자금충격이 25일평균선을 75일평균선 아래로 끌어내리더라도 75일평균선 자체가 방향을 바꾸지 않는 한 안심해도 좋다. 결국 지난 10월 무리하게 시도한 주가올리기의 후유증을앓고 있던 차에 비자금열병으로 합병증이 된 것이다.
권성철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