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이장규특파원 미국 95가을컴덱스 참관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18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전시회 「컴덱스」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2,000여개의 관련업체들이 참가한가운데 20여만명의 관람인파가 몰려와 북적대고 있었다.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는 가늠할 수없는 장관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노천식당에 모여앉은 한국비즈니스맨도 여기저기눈에 띄었다.
『3金씨가 여기와서 이 컴덱스를 한번 봐야 하는 건데.』 『그러게 말이야.』 『아니야,장관이나 국회의원들도 봐야 해.』 무슨 소린가 하고 귀를 기울여 봤다.서울서 온듯한 3명의 한국젊은이들이 컴퓨터 전시회를 구경와서는 엉뚱하게도 3金씨를 화제로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컴덱스를 관람하다 보니 구태의연한 한국의 정치현실이 새삼 개탄스러워진다는 것이었다 .
물론 이들의 대화주제는 컴덱스 관람을 통해 인류문명의 무한한변화와 진보 가능성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굳이 金씨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놀라기는 컴퓨터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다.매년 6개월마다 열리는 컴덱스인데도 규모나내용면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신기술.신제품들이 사방에서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휴렛 팩커드 최신 프린터의 복사기능은 컬러사진을 뺨칠 정도로 선명했다.
레이저도 아니고 잉크를 뿜어내는 잉크젯 기술로 어찌 저런 프린트가 가능할까 하면서 모두들 혀를 내둘렀다.IBM이나 모토로라.AT&T.마이크로 소프트등 자이언트급 기업들의 전시관 자체위용에 관람객들의 기가 질린다.
윈도95의 응용업체만도 500여개 회사가 나서 제 자랑에 열심이다.명함도 못내밀던 한국기업들도 한귀퉁이에서나마 전을 차리고 있다.삼성과 LG전시관에는 제법 사람들이 꾄다.작년까지만 해도 내놓을 물건조차 마땅치 않았으나 삼성은 TV 액정화면의 최강자 샤프를 앞질러 22인치짜리를 선보여 관심을 끌었고,LG는 6.5㎜짜리 초경박 랩톱 컴퓨터용 화면을 내놓았다.그러나 전체 전시장이 뿜어대는 열기에 비하면 한국기업들의 전시장은 마치 작은 점에 불과한 것처럼 왜소하게 느껴진다.
그 열기는 하도 강하다 못해 치열한 전쟁터의 불길처럼 여겨졌다.사실이지,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컴퓨터쇼는 첨단기술의 경연대회이자 기술로 맞붙는 세계대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이장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