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 통폐합'은 분명한 强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5일 동아방송(DBS) 양도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측은 80년 언론통폐합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노태우(盧泰愚)씨등 5명을증인으로 신청했다.
80년 언론통폐합은 전두환(全斗煥).노태우등 신군부가 자신들의 국정장악노력의 일환으로 저 지른 폭거(暴擧)다.이 폭거로 당시 국민의 사랑을 받던 동양방송(TBC)과 동아방송등 44개언론기관이 통폐합됐다.통폐합의 실무작업은 당시 보안사령부내에 설치된 언론대책반이 주도했다.
이 기회에 TBC.DBS 두 민영방송의 원상회복이 지체되고 있음은 부당하다는 점을 다시 지적하고자 한다.통폐합의 대상이 된 언론사주들은 80년11월12일 보안사에 불려가 조사관이 부르는대로 받아쓴 포기각서에 서명했다.TBC 양도무 효소송에서 1심재판부는 이 서명이 「강박(强迫)」에 의한 불법행위임을 인정했으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포기각서작성이 궁박(窮迫)상태하의 현저한 불공평법률행위가 아니라고 각각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DBS소송에서도 1심재판부는 「언론사의 의사결정 자유를 박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포기각서를 쓰게 한 당시의 상황은 분명히 저항할 수 없는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당시 언론사주들은 보안사요원들을 상대로 언론자유가 어떻고,사유재산권이 어떻고를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대공이 전문인 이 수사요원들은 각 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장소를 옮겨서라도」 기어이 받아내겠다고 협박했다.
3金이 모두 투옥되거나 연금된 사정에서,쿠데타로 국권을 탈취하는 과정을 지켜본 언론사주들이 신군부의 위세와 협박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었겠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