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산망도 놀랐나 증시 시스템 이틀째 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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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베트남 증권시장이 잇따른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무역적자가 빠르게 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더니, 이번엔 시스템 장애로 호찌민 증권거래소가 이틀째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졌다.

처음 장애가 발생한 건 현지시간 27일 오전 8시53분이었다. 시초가 결정을 위해 받은 주문을 처리하다 갑자기 시스템이 멈춰버렸다. 호찌민 거래소 측은 “시스템 문제”라고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사고 하루 전 베트남 통계청은 5월 물가가 1년 전보다 25%나 올랐다고 발표했다.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인 탓에 베트남 증시는 26일까지 16일 연속 하한가(-2%) 행진을 해온 터였다. 여기다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이 발표되자 증시는 더 얼어붙었다. 27일 거래 중단 직전까지 주문도 가격제한폭에 거의 근접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갑작스러운 거래 중단이 당국의 인위적 조치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쏟아지는 팔자 주문을 막기 위해 시스템 문제를 이유로 거래를 중단시킨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전산 전문가들은 실제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호찌민 거래소가 워낙 낡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폭주 주문을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애초 호찌민 거래소는 2000년 개장을 앞두고 모의시장을 운영하기 위해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시스템을 빌려갔다. 사용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하지만 호찌민 거래소는 시스템을 공짜로 달라고 요구했다가 한국 측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다급해진 호찌민 거래소는 당시 시스템을 막 업그레이드한 태국 거래소로부터 낡은 시스템을 거저 넘겨받아 거래에 투입했다. 개장 초에는 상장 종목이 10개도 안 되는 데다 거래량도 적어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봇물 터진 기업공개로 상장 종목이 160여 개로 늘면서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이미 2006년 12월과 지난해 2월 두 차례나 시스템이 멈춰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경험이 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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