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창씨 "대선자금 밝힐수도" 숨은 뜻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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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권에 몰아치고 있는 태풍의 핵인 14대 대선자금 공개에 대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측이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盧 전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정해창(丁海昌)전비서실장은 13일밤자택에서 대선자금 공개 여부를 묻는 보도진의 질문에 『검찰의 2차소환에서 기억이 나면 밝히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
물론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는 데 그것을 일일이 기억할 수 있겠느냐』는 토를 달기는 했다.14일에는 『연희동의 입장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기억할 수 없는 것은 못하는 것이고 밝힐 수없는 것은 밝힐 수 없지 않느냐』고 설명하기도 했다.그러나 그간 대선자금부분에 대해서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밝힐 수 없다』며 명확히 선을 긋던 입장과는 사뭇 다른 태도임에는 틀림없다. 丁전실장의 이같은 발언은 盧씨의 동서.동생.사돈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부인의 소환검토까지 거론돼 연희동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그의 발언이 대선자금 공개를 딱 부러지게 얘기한 것은 아니다.하지만 『만의 하나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던져 놓은 것이다.
여권과의 교감은 물건너가고 검찰의 칼날이 목전에 와있는 상황에서 盧씨측은 『칼자루는 우리가 쥐고 있지 않느냐』는 무언의 위협과 경고를 흘린 것으로 파악된다.
6공말기 비서실장을 지낸 丁씨는 이날 모호한 「대선자금」 발언과는 별도로 여권에 대한 한번의 「확인사살」을 감행했다.그는『盧전대통령이 중립내각을 선언하고 탈당할 당시 김영삼(金泳三)민자당 대표가 충분히 이해했고 사전협의를 거쳤다 』고 밝혔다.
『내가 대통령되는게 싫어 탈당했다』는 金대통령의 주장과는 상충되는 내용이다.
즉 확실한 정보는 결국 당사자인 연희동만이 갖고 있고 「대선자금」등 여야에 대한 정치자금지원내용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丁전실장은 이날 마지막으로 과시하려 한 셈이다.
어쨌든 대선자금등 정치자금의 공개와 관련,盧씨가 택할 수 있는 선택은 현재로선 세가지로 관측된다.첫째 기존의 입장대로 『국가의 장래를 위해 끝까지 함구』하는 방안이다.둘째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의지를 갖고 밝혀낸 사실을 확인해올 경 우 盧씨가 「시인」하는 선이다.丁전실장의 발언대로 盧씨가 기억이 나는 만큼 자진해 공개할 가능성도 이젠 추가됐다.
그러나 사채놀이.부동산투기.스위스은닉자금설 등으로 도덕적으로치명상을 입은 盧씨측이 대선자금 공개라는 비장의 카드로 얻어 낼것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결국 그의 이날 발언도 盧씨의 향후 신병처리에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하는 마지막 위협제스처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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