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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이사 날짜 오락가락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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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1일 인천공항에서 대대적인 언론 설명회가 열렸다. 공항여객터미널 900m 앞에 새로 지은 탑승동을 6월 10일부터 가동하는 것을 알리는 자리였다. 공사는 이날 이후에는 70개 가까운 외국항공사 승객이 모두 이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은 27일 3개 외국항공사를 시작으로 다음 달 3일, 이어 10일 모든 외국항공사를 탑승동으로 옮긴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공항 측은 “승객들의 동선이 확 바뀌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옮겨 승객들이 변화에 신속히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무슨 영문인지 이틀 뒤인 23일 상황이 바뀌었다. 몇몇 항공사의 이사가 10일 이후로 미뤄졌다는 것이다. 공항 관계자들은 이사가 미뤄진 이유를 대기를 꺼렸다. 어렵게 입을 연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을 찾은 국토해양부에서 ‘대통령이 참석할 탑승동 오픈행사도 하기 전에 다 이사해 버리면 모양새가 우습지 않으냐’고 지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언론설명회를 한 다음 날 국토해양부 담당 국장과 공항 관계자들이 회의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사 연기 얘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참석할 오픈 행사는 아직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 일러야 다음 달 하순께나 열 수 있다고 공항 관계자는 설명했다.

인천공항은 일부 외국항공사를 남기는 쪽으로 이사 계획을 수정했다. 여객터미널에 남는 항공사는 언제 열릴지 모를 개항 행사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26일 기자가 이런 내용을 확인하자 국토해양부와 인천공항은 다시 원래 계획대로 이사를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너무 서둘러 이사하는 게 옳은지 잘 따져 보라는 취지였을 뿐”이라며 “발언이 와전된 것으로 모든 추진 일정은 인천공항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들도 연이어 전화를 걸어와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알려 왔다.

한 외국항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 개항 이후 최대의 변화를 앞두고 실용성보다는 모양새 갖추기에만 신경 쓴다는 게 정말 난센스”라고 혀를 찼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실용을 강조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그런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를 위해 구색이나 맞추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강갑생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