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이 많이 낳는 여성에게 훈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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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옛 소련 시절에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들에게 수여되던 ‘어머니-명예’ 훈장. 9명 이상의 자녀를 낳아 기른 여성에겐 1급<左>, 8명을 양육한 여성에겐 2급<中>, 7명을 키운 여성에겐 3급 훈장이 수여됐다. [위키피디아 제공]

러시아 정부가 국가 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 온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고육책을 들고 나왔다.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에게 훈장을 주는 옛 소련 시절의 전통을 되살리기로 한 것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자녀를 4명 이상 낳아 키우는 가정에 ‘부모 명예’ 훈장을 주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러시아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소련 시절의 ‘어머니 명예’ 훈장을 본뜬 것이다. 훈장과 함께 2200달러(약 230만원) 상당의 상금도 주기로 했다.

1992년 1억4800만 명에 달했던 러시아 인구는 올해 초 1억4200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매년 70만 명 이상씩 감소하고 있어 2050년에는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최소 3명의 아이를 키우는 것이 여성들의 ‘애국적 의무’라는 점을 홍보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도 대통령 재임 당시 인구 감소를 최대의 국가적 위기라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책을 주문한 바 있다.

스탈린 시절인 44년에 제정된 ‘어머니 명예’ 훈장은 3등급으로 나뉘어 수여됐다. 9명 이상의 자녀를 낳아 기른 여성에겐 1급, 8명을 양육한 여성에겐 2급, 7명을 키운 여성에겐 3급 훈장이 수여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훈장제도 부활에 회의적이다. 명예에 불과한 훈장이 아이를 더 낳는 자극제가 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또 인구 감소의 주된 원인이 저출산보다는 낮은 평균 수명 때문이란 지적도 많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2006년 러시아인의 평균 수명은 남자 60세, 여자 73세로 조사됐다. 비판론자들은 형식적인 훈장제도보다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평균 임금을 끌어올리는 게 더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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