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 부담 줄이려다 아파트 못 지을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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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학교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신도시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시·도청과 시·도 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해 용지를 사야 하는데 매입 자금을 마련할 재간이 없어서다. 지방정부나 교육청의 재정이 빠듯한 데다 아파트를 분양 받는 사람이 내던 학교 용지 부담금이 없어져 재원 마련이 더 힘들어졌다.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려고 만든 정책이 결과적으로 주택 공급을 지연시켜 집 사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26일 김포시에 따르면 다음 달 김포 한강신도시에 1200여 가구를 분양할 계획인 우남건설이 아직 사업승인을 받지 못했다. 신도시를 개발하는 한국토지공사와 김포시 교육청이 비용 분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협의가 되지 않으면 우남건설 분양분뿐 아니라 김포 한강신도시 5만여 가구의 분양이 지연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크고 작은 신도시 개발이 진행 중인 인천·경기 지역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내년부터 3년간 각종 개발로 인해 297개 학교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공택지의 경우는 조성 원가보다 싸게 학교 용지를 살 수 있지만 용지 매입비만 3년간 4조1498억원에 이른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액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빠듯하긴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인천시는 지난해 학교 용지 구입에 들어간 자금 1583억원을 인천시 교육청에 주지 못 하고 있다.

재원 부족은 2005년 3월 헌법재판소가 ‘학교 용지 부담금을 아파트 분양자에게 부담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심화됐다. 헌재 결정을 계기로 분양자 대신 건설업체가 부담금을 내게 됐다. 또 부담금도 분양가의 0.8%에서 0.4%로 줄었다. 게다가 국회는 지난해 헌재 결정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었다. 지방 정부나 교육청은 이 돈을 환급해 주기 위해 5000억원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까지 지게 됐다.

시·도 교육청은 학교 용지를 도로처럼 아예 택지 조성 원가에 포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 용지 구입은 결국 돌고 돌아 국민 세금 부담이 될 판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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