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회계감사 4000여 곳 면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이르면 내년부터 자산 100억원 미만인 비상장 중소기업들은 외부 감사가 면제된다. 지금까지는 70억원 미만만 면제됐다. 이에 따라 4000여 개 기업이 면제 혜택을 받아 한 번에 1000만원 이상 들어가는 외부 감사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거리가 줄어드는 회계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법 개정 작업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외부 감사를 꼭 받아야 하는 비상장 기업의 자산 기준을 현행 ‘7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완화키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기업이 회계사로부터 외부 감사를 받으려면 한 번에 1000만~1500만원의 비용이 든다. 4000여 개 기업이 이를 아끼면 연 400억~600억원의 감사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다.

금융위는 다음달 4일 공청회를 거친 뒤 이 같은 내용의 관련 법(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등) 개정안을 확정하고, 올 정기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회계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금융위 등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외부 감사 제도는 규제가 아니라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며 “중소기업 경영의 불법·부당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외부 감사 대상 기준을 강화하거나 최소한 현행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 대표도 “금융회사로부터 대출 받거나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려면 외부 감사의 의견이 필수적”이라며 “외부 감사 면제 확대는 실익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대한상의 등은 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해 면제 대상 확대 조치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정완규 공정시장과장은 “금융거래 등을 위해 외부 감사가 필요하다면 기업은 자기 필요에 따라 외부 감사를 받으면 그만”이라며 “외부 감사 완화 방침이 오랫동안 논의돼 온 만큼 이번엔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 내부 회계관리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기업의 기준도 현행 자산 7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대폭 완화한다. 내부 회계관리 시스템은 회계관리를 위한 관리자와 규정을 따로 두어 회계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2004년 국내에 도입됐다.

하지만 이 제도는 회계 투명성을 크게 높이지 못하면서 시스템 구축에만 최소 1000만원이 들어 기업 부담만 증가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