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대표 총망라 관심高潮-비자금 수사 50대그룹 擴大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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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검찰의 기업 수사가 일단 30~50대그룹까지 확대됐다.
지난 4일 정태수(鄭泰守)한보 총회장이 「총수소환 1호」를 기록한뒤 11일 출두예정 그룹까지 30여명의 총수가 소환되게 됐다. 30대그룹중에는 한라.동국제강등 7~8곳을 제외한 사실상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은 모두 불려가게 된 셈.
그 밑으로까지 더 확대될지는 미지수이나 이 정도로도 한국 경제사에 유례없는 큰 사건이다.
따라서 재계의 관심은 「수사」에서 「처벌」로 넘어간 상태.
이와관련,재계에서는 「선별처리론(論)」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우선 「소환=구속」의 등식은 깨진 상태.이미 소환된 회장들은 모두 10시간 안팎씩 조사만 받고 귀가했으며 소환된 다음날 나온 일부 회장은 밤샘 수사를 받은 것이 아니라 검찰청 소파에서 잠을 자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총수들은 조사후 측근들에게 「통과의례」인것 같으니 안심해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이번 수사의 초점은 기업인 처벌이 아닌 노태우(盧泰愚)씨비리를 밝히는데 있기 때문에 수사가 확대된 것이지,처벌은 수사와는 별개라는 분석도 있다.
「시간」도 중요한 변수다.
처벌하려면 단순한 성금이 아닌 뇌물임을 입증해야하는데 한 차례의 진술 조사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이를 밝혀내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지금도 재계가 흔들리고 국제 신용하락이 문제가 되고있는데 또 다시 총수소환을 한 바퀴 더 반복할 수도 없다.
하루에 5~6명씩 부르는 것 자체가 수사에는 불리함에도 불구,시간 단축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처벌 수위도 문제다.모두 처벌하면 한국의 재계가 진공상태에 빠지는 결과가 되고,모두 면죄부를 주면 국민의 비아냥을 들을 수 있기 때문.
따라서 선별 처리가 불가피하고,국민 여론을 의식해 일단 조사는 모두 하는 형식을 취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성금.뇌물 구분이 애매모호할 수밖에 없는데다▶누구는처벌하고,누구는 안하느냐는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다.따라서 검찰은 엄정한 수사의지를 천명하고있고,청와대는 침묵으로 이를 보장하고는 있지만 그 끝에는 어차피 정치적인 판단이들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대선자금 여론을 희석시키기위해 기업인 위주로 진행됐다는 일부시각도 검찰에는 부담이 된다.세간의 관심은 「어디에 썼느냐」에쏠려있는데 수사는 「누구에게 받았느냐」에 집중되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기업만 속죄양」이라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점에서 보면 이제 공은 당국에 넘어갔고 기업보다는 정부가 더 초조할 것이라는 한 재계인사의 말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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