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민자 물갈이 갈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민자당의 9일 기상도는 「흐림」이었다.이날 고위당직자회의에서김윤환(金潤煥)대표는 버럭 화를 냈다.강삼재(姜三載)총장이 『(우리가) 말 한마디만 하면 언론에서는 이견이 있다고 쓴다』고하자 공감을 표시하며 언론을 탓했다.그러더니 갑자기 『도대체 누가 물갈이를 한다고 말하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이같은 상황은 金대표가 조기공천을 얘기하자 민주계가 물갈이 방침을 흘리고, 金대표가 이에 역정 내는 것으로 비쳐졌다.
이처럼 민자당은 지금 상당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총선을 계기로 힘을 늘리고자 하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직계와 앉아서당할 수 없다는 민정계의 줄다리기다.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부정축재 파동이후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번의 공천문제는 2라운드다.1라운드는 정계개편설을 둘러싼 공방이었다.공천논란의 핵심은 위원장 교체 문제다.특히 민정계 위원장을 얼마나 바꾸느냐는게 관건이다.허주(虛舟.金대표)는 민주계가 『정계개편은 불가능하다』고 자인하도록 선방 (善防)한 여세를 몰아 이번에도 공세를 펴고 있다.「누가 물갈이 얘기를 흘리느냐」며 거론 자체를 불온시한 것이다.
9일 오전 발언은 허주가 전날 『총선 공천은 연내에 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어차피 공천을 하다보면일정폭 교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그런데 빨리 하자면서 물갈이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막아버린 것이다.
결국 허주의 말은 「가급적 지금 사람 가지고 빨리 공천을 마무리하자」는 얘기다.시기가 늦어지면 교체율도 높아지고,그러다 보면 대부분 민정계가 탈락할 것을 읽고 이를 막기위해 짐짓 엄포를 놓은 것이다.
민주계도 만만찮다.대놓고 민정계를 잘라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기준과 원칙대로 하자고 강조한다.민주계가 장악하고 있는 사무처는 이미 지난달말 끝난 전국 지구당 당무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역위원장중 50~60명의 교체를 건의해놓고 있다.
대안(代案)이 될만한 사람을 찾아내 이들에 대한 현지 여론조사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교체대상 50~60명중 민정계가 30~40명이라고 한다.3선,4선의 중진의원도 10명 넘게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총선 공천의 교체폭은 9일 오후 있은 金대통령과 金대표의 주례보고에서도 논의대상이었다.
이 문제는 하루아침에 일도양단(一刀兩斷)식으로 풀릴 것 같지않다.수십명의 정치 생명과 차기 대권구도와도 물려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연말까지는 양 계파간에 지리한 협상과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12월 대란설이 성큼 다가온 것 같기도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