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각료의 습관성 망언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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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에토 다카미 일본총무처장관의 식민지배 미화(美化)발언은 그 내용이 터무니없음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발언이몰고올 결과를 생각지 않은 경거망동(輕擧妄動)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일본 정치가들은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망언을 계속해왔다.
한 사람이 망언하고 사과하면 또다른 사람이 뒤를 잇는 마치 「망언 시리즈」라도 보는듯 하고, 무슨 계획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그들의 망언을 굳이 내용상으로 나누자면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한일합방이 합법이라는 주장이며,또 하나는 일제식민통치가한국에 유익했다는 주장이다.무라야마총리의 발언이 전자라면 에토장관의 발언은 후자에 속한다.한일합방은 강제에 의한 것이고, 국제법상으로 불법임은 학자들이 이미 재론(再論)의 여지가 없음을 밝혔으므로 전자는 논외(論外)로 치자.이에 비해 후자는 훨씬 교묘하다.일본식민통치가 한국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주장이다.에토장관은 『일본이 각 지방에 학교를 세우고,서울에 경성제국대학을 세워 교육수준을 일거에 높였으며,철도건설.항만(港灣)정비.
간척수리를 하고,산에 나무를 심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한 우리의 반박(反駁)은 간단명료하다.그것이누구를 위한 것이었던가.항만과 도로를 정비하고 수리사업을 벌였다고 하지만 더 많은 쌀을 생산해 일본으로 더 많이 실어나르기위한 것이 아니었던가.지방에 학교를 세우고 대 학을 세워 고등교육을 실시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한국인을 위한 교육이었던가.또 한국이 일본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스스로는 그런 정도의근대화노력도 하지 못할 민족이라고 보는가.심지어 창씨개명(創氏改名)조차 강제성이 없었다는 에토 의 주장엔 말문이 막힌다.
에토 등 일본정부지도층의 이런 습관적 망언은 그들의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며,그런 의식상태로는 일본이 아무리 경제대국이 돼도 동아시아국가들의 좋은 이웃이나 세계의 지도국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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