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박달재 고개밑 관통 4차선터널 내년에뚫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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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충북제천시백운면과 봉양읍의 경계에 위치한 박달재는 산봉우리 능선으로 둘러싸인 첩첩산중 속의 고개다.치악산의 줄기가 뻗어 이루어진 백운산과 구학산.박달산.시낭산등이 박달재를 둘러싸고 있다. 박달재는 유명세와는 달리 그리 높지는 않다(453).그러나 고개 양편의 아흔아홉 굽이 길을 지나가는 차량들은 변화무쌍한 위치에서 붉게 물든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박달재에 오르면 가장 먼저 들리는 것은 인근 휴게소에서 틀어대는 『울고넘는 박달재』 유행가 가락.박달재가 사람들의 정서 속을 파고든 데에는 이 노래의 공도 크다.
박달재에 들르면 박달재 노래비와 박달재 석비를 구경한 뒤 맞은편 박달재휴게소 옆의 옹달샘에서 갈증을 해결할 수 있다.
이 옹달샘은 과거를 보러가던 박달 도령과 재 아랫마을 금봉 처녀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박달재의 이름도이 사랑 이야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울고넘는 고개 박달재는 오랜 역사와 함께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고려때 거란족 10만 대군의 침략을 김취려장군이 격파한 전적지이며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가는 선비들과 이 지역 장날에 맞춰 이동하는 봇짐장사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 다.
30리나 되는 옛 박달재 길은 워낙 가파르고 험난했다.지금도숲이 좋지만 예전에는 박달나무.전나무.잣나무.소나무.낙엽송등의빽빽히 들어선 가지가 서로 엉켜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우거진 숲속에 호랑이 같은 야생동물들과 도적들 이 많은 탓에 옛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낮에만 넘나들었다고 한다.이 고개를 넘어 시집간 색시는 친정 구경을 두번 다시 할 수 없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잊혀진 박달재의 특산물은 이름 그대로 박달나무 방망이.백운면사무소 이상학(45)재무계장은 『50년대까지 박달재의 박달나무로 깎은 빨래방망이와 떡방망이가 서울에서 단연 인기가 있었다』고 말했다.가파른 비포장도로를 앵앵거리며 숨가쁘게 몇번씩 쉬었다 고개를 오르던 목탄트럭의 모습도 이 무렵부터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이계장의 회고다.
박달재에 아흔아홉 굽이의 포장도로가 완공된 것은 74년의 일.20여년 동안 지름길 역할을 해온 이 포장도로도 내년이면 잊혀진 길로 세월 속에 묻혀버릴 전망이다.
박달재 밑으로 박달터널 공사가 현재 91%의 공정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박달재는 내년부터 「관광도로」로서 역할에 만족해야할 형편이다.고개 밑으로 쭉 뻗은 4차선 도로를 놔두고 박달재고개를 이용할 사람은 관광객 말고는 없을 것이 다.박달재 고개에 있는 휴게소 두군데도 벌써부터 숙박업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 휴게소 종업원들의 설명이다.
터널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봉양읍쪽 터널 입구에들어선 주유소의 모습이 박달재의 퇴역을 더욱 재촉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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