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형평 어긋난 땜질처방-주택시장 안정대책이 지닌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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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부의 이번 대책은 자율적인 시장기능을 외면한 채 인위적인 수요 창출을 통해 미분양 주택을 줄이려는 미봉책일 뿐 아니라,형평 측면에서도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비록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집을 사는 사람에게 빌린 돈의 이자를 30%까지 세액공제 해주기로 한 것은 다른 부문과의 조세 형평상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미분양 아파트를 사는 사람에게 돈을빌려주는 것 자체는 불가피하다고 치더라도,2년여 동안 1조원에가까운 막대한 국민주택기금 재원이 미분양 주택해소에 집중됨으로써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왜곡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물론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하더라도,민간기업이 지어 못팔은 아파트 등에 대해 정부가 금융. 세제지원까지 해주면서 팔리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결과적으로 나쁜 선례를 남기는 꼴이 됐다. 한편으론 이런 조치들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분양 현상을 해소하는데 어느정도 도움을 줄 지도 의문이다.
주택보급률이 90%를 넘는 지역이 몇 안되는 상황에서 미분양주택이 늘어나는 것은 부동산 경기 안정에도 원인이 있긴 하지만무엇보다 국민이 원하는 곳에,원하는 형태의 집이 공급되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은 민간기업이 자율적으로 수요를 예측해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기능에 따라 주택수요가 많은 지역에 대해 택지를 공급하고,물 등 기반시설을갖춰주는 일이다.
가격을 묶어 두고 평수를 제한하면서,이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의 왜곡을 세제나 금융지원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아파트 분양가의 일부 자율화나 평수제한 완화 등의 장기대책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로 시장기능의 왜곡이 가장 심한 수도권과 대도시지역을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비록 단계적인 조치로 이해한다 해도,전체적으로는 자율화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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