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산책>"퀴즈쇼"-퀴즈쇼 승부조작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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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미디어는 메시지다.어떤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메시지의 의미는 달라진다.같은 말이라도 술자리에서 하면 미덕인 말이 TV속에서 터져 나오면 악덕이 된다.개인적인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미디어의 논리가 메시지의 의 미를 결정짓는다.그래서 미디어는 이데올로기다.
6일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 『퀴즈쇼』는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만든 미디어가 어떻게 인간을 소외시키고 있는가를경쾌하면서도 꼼꼼한 필치로 그린 작품이다.영화는 실화인 NBC방송국의 인기프로 『퀴즈쇼21』의 부정을 고발하 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거액의 상금을 걸고 싸우는 『퀴즈쇼21』은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줄수 있는 인물에게 문제와 답을 미리 가르쳐 주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다.
이 사기극의 최대 행운아는 유명한 백인 학자가문 출신으로 컬럼 비아대에서 문학강의를 하고 있는 반도렌.그는 우연히 프로듀서의 눈에 띄어 새 챔피언으로 등극한다.미국인의 우상이 될만한조건을 고루 갖춘 그는 단숨에 방송의 스타가 된 다.
그러나 반 도렌에 의해 밀려난 평범한 육군제대병 출신 전챔피언 스템벨이 비리를 폭로하고,하버드대 법대를 수석 졸업한 젊은국회조사원 굿윈이 진실을 밝혀내면서 반 도렌은 최대의 희생자가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 사기극에 가담한 후원회사 사장.방송국 사장.담당PD는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는다.이 작품의 감상포인트는 이 대목.『TV는 나의 인생』이라며 자신과 TV를 동일시하는 담당PD 앤 라이트는 『시청자는 재미를 얻었고 방송사는 시청률을 높였으며 후원업체는 막대한 광고효과를 얻은,아무도손해본 사람이 없는 게임』이라고 퀴즈쇼를 옹호한다.
여기에서 퀴즈쇼는 TV매체 자체의 속성을 상징한다.쫓겨났지만한번 TV의 맛을 본 스템벨은 청문회장에 나갈때 방송용 복장을찾는 희극적 장면을 연출한다.국회조사원 굿윈은 비리를 덮어주는대가로 방송진행자 자리를 제의받았을때 대답을 망설인다.결국 이영화는 인간의 은밀한 욕망이 합의로 만들어낸 미디어가 어떻게 인간을 소외시키는가를 보여준다.로버트 레드퍼드 감독.랠프 피네스.존 터투로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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