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요일 <2> 하지 않다”고 거들 김용민 씨앤에프·BLK무역 대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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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 29면

김용민 씨앤에프 사장은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 직원들과 한 몸처럼 어우러지는 데 산행이 최고”라고 말한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태국 여행 때 촬영한 것으로, 이 회사는 연 1회 모든 임직원들이 해외 여행을 간다.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면 되지만 멀리 가고 싶으면 같이 가야 한다.” 김용민(45·사진) 씨앤에프 사장이 주말에 임직원과 등산할 때마다 되뇌는 말이다. 씨앤에프는 생맥주 프랜차이즈 ‘밀러타임’을 운영하는 회사. 1996년 미국산 맥주 ‘밀러’가 한국에 진출할 당시 지사장으로 스카우트된 김 사장은 맥주 매출 확대의 묘수로 2001년 프랜차이즈 법인 씨앤에프를 세우고, 2006년엔 아예 이 회사를 떼내 독립했다.

‘미친 山行’ 다음날엔 ‘나 홀로’ 명상

110여 개 가맹점을 확보한 씨앤에프의 임직원은 18명. 소기업이기는 하지만 이 회사는 7년 전 출범 이후 퇴직자가 단 한 명도 없다. 바로 주말 산행이 비결이다. 김 사장은 3년 전부터 격주 토요일마다 모든 임직원과 등산을 간다.

이 회사의 산행은 여느 회사의 주말 행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단 산행이 ‘강제 조항’이다. 아무리 특별한 사유가 있어도 등산에 빠지면 벌금 2만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80여 차례 산행을 하면서 거둔 벌금이 76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출석률이 97%나 된다. 김 사장은 “토요일 골프 약속은 일절 사절하고 해외 출장을 나가도 금요일에는 반드시 귀국하도록 스케줄을 잡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벌금 6만원을 냈는데 모두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는 항공편이 여의치 않아서였단다.

이 회사가 잡는 등산 코스는 상당히 험악하다. 지난해 10월 내장산에 갔을 땐 내장사에서 백양사로 내려오는 8시간 코스를 택했다. 그것도 정식 등산로가 아니라 스님들이 다니는 샛길이었다. 올 초 한라산에 오를 땐 오후 8시 인천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이튿날 제주항에 도착해 오전 8시 산행을 시작했다. 눈이 2m까지 쌓여 있었지만 여직원 세 명을 포함해 모든 임직원이 무사히 완주했다. 내부에서조차 “거칠다 못해 미친 산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렇게 거칠게 산에 오르면 모두 한 식구가 될 수밖에 없다. CEO로선 18명 식구를 만나는 셈이다. 자연히 수저가 몇 개 있는지까지 알게 된다. 여직원은 남자 친구 얘기도 꺼내고, 어떤 간부는 집안 속사정도 털어놓는다.”

‘미친 산행’ 덕분에 김 사장은 임직원의 ‘큰형님’이 됐다. 자연히 회사 경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씨앤에프에선 연초 연봉 계약을 할 때 ‘자기 발전 과제’를 적어 낸다. “매달 책을 두 권 이상 읽는다” “연말까지 몸무게를 10㎏ 뺀다”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다. 그런데도 이런 목표를 달성하면 약속한 성과급을 지급한다. ‘큰형님’ 같은 CEO가 되다 보니 개인사를 챙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산행 다음 날인 일요일 오전 9시엔 어김없이 서울 합정동 집 근처 선교100주년교회에 간다. 기독교 신자도 아니고 교회와 연고도 전혀 없지만 1년여 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단다. 그는 교회에 다니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인의 소개도 있었고 집 근처여서 우연히 들렀는데 일주일을 보듬어 보는 기회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맨 뒷자리에 앉아 한 시간 동안 설교를 듣다 보면 잡생각이 저절로 달아난다. 한 시간의 묵상은 좋은 자율학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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