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실명전환 사법처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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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남의 가.차명 계좌를 대신 실명전환해준 경우 사법처리 대상이될 수 있을까.
한보 정태수(鄭泰守)총회장과 대우 김우중(金宇中)회장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실명전환해준 것으로 드러나 이에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법조계 일부에선부정적인 견해도 없지 않지만 검찰은 처벌이 가 능하다고 보고 있다.한 검찰관계자는 『실명거래에 관한 긴급명령은 금융기관에만실명확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률로 鄭회장 등을 처벌할 수는 없지만 업무방해죄 적용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그 근거로 93년12월 서울형사지법에서 어음관리계좌(CMA)에 예탁된 고객예금 5,700만원을 전산조작하는 수법으로 실명전환해준 항도투자금융 서울사무소장 이대찬(李大燦.47)씨에게 징역8월.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한 예 를 들고 있다. 당시 법원은 『李씨가 회사임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전산조작을 통해 실명전환해준 것은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 8월 고객의 5,000만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17장을 실명전환해준 동아투금 배진성(裵鎭聲.55)전무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서울형사지법 8단독 조승곤(趙承坤)판사는 『피고인이 정상적인 회사의 결재라인을 밟았는데다 고객예금을 실명전환해준 행위가 위법인지 몰랐다』는 점을 무죄이유로 들었다.
지금까지의 판례로 볼때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은▶불법행위인지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회사의 정상적인 결재라인을 밟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金.鄭회장의 경우 이름을 빌려주는 것 자체가 위법이며 실명전환이 탈세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盧씨가 준 거액이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조성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실명전환도 은밀하게 이루어졌을게 분명하다.
따라서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경우 법원에서충분히 승산이 있다는게 검찰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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