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M&A감시강화 EU反독점위원장 영향력커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최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대기업간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반(反)독점위원회의 입김이 그 어느 때보다 드세지고 있다.
현재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카렐 반 미에르트(53)위원장.벨기에 동북부에 위치한 플랑드르지방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오늘날 EU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인사중 하나로 떠올랐다.
현재 미에르트위원장의 영향력은 EU뿐 아니라 미주대륙에까지 뻗치고 있다.
그 이유는 유럽에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기업들이 유럽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최근 미국의 세계적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에르트위원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그 내용은MS가 발표한 새 온라인 서비스(MSN)가 EU의 공정거래법을어기고 있다는 것이다.이밖에도 미에르트위원장은 미국 댈러스에 본부를 둔 제지회사 킴벌리 클라크가 필라델피아의 경쟁사 스코트제지를 73억6,000만달러에 인수하려는 계획이 반독점법에 어긋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미에르트위원장의 막강한 영향력은 서유럽통신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시장규모가 1,300억달러에 달하는 서유럽통신시장은 현재 유럽 각국이 독점체제로 운영하고 있다.미에르트위원장은 이러한 독점체제가 국가간의 공정한 경 쟁에 방해가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그는 시장이 가장 폐쇄적인 독일.프랑스에 우선 개방압력을 휘둘러 왔다.공정거래라는 원칙 앞에선 EU의 주축국인독일.프랑스도 예외가 인정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원칙을 앞세운 미에르트위원장의 밀어붙이기식 업무추진이 거둔 최근의 성과로는 피닉스계획의 성사를 들 수 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는 『독일과 프랑스로부터 시장개방 약속을 얻어 내면서 미국 스프린트사와의 제휴를 성사시킨 절묘한 수완』이라고 찬탄을 아끼지 않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