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돈인줄 몰랐다" 한보 주장은 語不成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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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보그룹측은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동화은행에 예치된 369억원을 사채로 알고 썼지만 노태우(盧泰愚)씨돈인지는 최근까지 몰랐다고 주장했다.과연 그랬을까.
사채의 생리를 아는 금융관계자들은 한보측이 전주인 盧씨측의 부탁이나 양해아래 전액을 맡아 관리하지 않는한 이런 사채형태는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보그룹의 우종안(禹鍾顔)홍보이사는 30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93년 10월 전주가 누구인지도 모른채 동화은행에 있는 369억원의 사채업자 자금 전액을 「한보상사」명의로 바꾸었으며 ▶이 돈을 조금씩 인출해 사용했고 ▶사채이자는 은 행이자보다 낮게 정해 별도로 사채업자에게 건네줬다고 밝혔다.
이런 한보측 설명은 한마디로 「사채거래의 기본원리」와는 동떨어진 것이다.사채생리상 전주나 사채업자는 원금 확보를 우선한다.따라서 300억원이 넘는 돈을 빌리는 한보가 예금명의 자체를바꾸도록 사채업자가 허용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자칫하면 원금이 날아갈 위험도 있는 거래이기 때문이다.또 한보측이 사채업자로부터 은행이자보다 낮은 금리로 빌린 것도 정상적인 사채로 볼 수 없는 근거의 하나다.
결국 한보측이 전주를 모르고는 이런 형태의 사채가 이뤄질수 없다는게 금융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보측이 전주인 盧씨를 잘 알고 盧씨의 두터운 신임아래 사전약정을 맺고 돈을 빌렸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한보측이 盧씨의 가명 예금을 실명화시켜주기위해 전주인 盧씨의 심부름을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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