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저앉는 소’ 도축·유통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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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농무부는 병이 들어 주저앉는 이른바 ‘다우너(downer) 소’의 고기를 식용으로 공급하는 것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에드 샤퍼 농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그동안 다우너 소라도 2차 검역을 통과하면 도축해 시중에 유통했으나 앞으로 도축·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1년에 도축되는 3400만 마리의 소 가운데 1000마리 정도의 다우너 소가 이 규정을 적용받게 돼 도축·판매가 금지될 것이라고 농무부는 설명했다.

샤퍼 장관은 “다우너 소에 대한 오해가 느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축산업자들이 일부 문제 있는 소를 도축장으로 보내는 것을 막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비인도적인 도축 관행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미국에서 다우너 소의 도축으로 일고 있는 식품 안전 논란과 비인도적 도축에 대한 동물보호단체의 문제 제기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우너 소의 면역체계가 약해져 있어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광우병 등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 등 해외 소비자의 따가운 시선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놓고 한국과 일본 등에서 안전성 논란이 벌어지는 점이 이번 조치의 주요 배경이라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주말 또는 다음주 초 미국산 쇠고기의 새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장관 고시를 할 예정이다. 고시가 발효되면 지난해 10월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검역이 재개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부산항 등에 보관돼 있던 미국산 쇠고기 5300여t이 다음주부터 시중에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새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들어오는 LA갈비 같은 ‘뼈 있는 쇠고기’는 미국 내 수출 통관절차와 운송 기간을 감안하면 다음달 말께 국내 시장에 들어올 예정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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