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화 "축제"여주인공 배우 오정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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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금까지는 참고 견디는 역할만 했죠.이번 배역은 성격이 정반대예요.직설적으로 밖으로 토해내는 인물이죠.』 24일 본격 촬영에 들어간 임권택 감독의 새 영화 『축제』의 여주인공 오정해(24)가 「한복」을 벗었다.『서편제』를 통해 그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는 인고의 여인상.그러나 이번엔 직설적이고 참을성 없는 가출소녀로 변신한다.
『너무 그렇게 힘들고 슬픈 표정 지을 필요 없잖아요.삼촌이 덕이 많아 상가집이 온통 잔치 분위긴데요 뭘.』 첫 촬영에서 안성기(준섭)를 향해 뱉어내는 대사가 사뭇 도전적이다.그가 맡은 배역 용순은 유명작가 준섭의 형이 외도로 낳은 딸.눈칫밥을먹다 15세때 가출해 13년만에 할머니의 장례식에 나타난다.
짙은 선글라스에 허벅지까지 터진 치마를 입고 빨갛게 루즈를 칠한 입술로 대사를 씹어뱉는 그는 영락없는 뒷골목 여자다.
『온탕에 있다 갑자기 냉탕에 들어간 기분이에요.』 첫 촬영을마치고 난 그의 소감이다.처음하는 연기라 아직 대사에 뱃심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서편제」는 작품 자체의 분위기가 판소리 분위기여서 그런대로 힘든줄 몰랐어요.
거기에 비해 이번 배역은 선창가 작부집의 젓가락 장단같다고나할까요.』 절제된 판소리의 한에서 흘러 넘치는 젓가락 장단의 울분으로 그는 또 한 고개를 넘 어가려 한다.그러나 그 어느 쪽도 그의 실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노래방에 가면 『포기하지마』를 즐겨부르고 『머피의 법칙』에 맞춰 춤을 추며 『에이 촌스러워』라고 신세대 어법을 구사하는 20대가 그의 진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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