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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못 걸러내는 ‘인터넷 강국’의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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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광우병 괴담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인터넷에 광우병 괴담이 처음 떠돌 때부터 국민은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부처도 이에 적절히 부응하지 못했다.

정부 어느 홈페이지에서도 괴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광우병 괴담은 가짜 연구 자료까지 됫받침되며 진실처럼 변화했다.

최근 정부는 이에 대해 긴급 기자회담을 열고 농림수산부 홈페이지를 시작으로 광우병의 진상에 대한 홍보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중에게 광우병 괴담은 이미 사실로 인식된 뒤였고 걱정과 불안감을 지우기에는 너무 늦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론자들의 허위 사실 유포와 그에 동조한 일부 네티즌의 책임이라고 판단하고 소문의 원천지를 찾고 있다 한다. 허위 사실을 국민에게 퍼뜨린 자들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다른 데 있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인터넷의 파급력을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매체는 신문, 인터넷, TV 순이었다. 컴퓨터 활용도가 높은 10대에서 30대까지만 놓고 본다면 인터넷이 순서의 가장 앞에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손쉽고 자유롭게 정보를 생산하고 알릴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의 특징이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엉터리 정보의 무분별한 폭주도 그 중 하나다. 이번 괴담의 주 무대가 되었던 포털사이트들은 이에 대해 항의한다. 자신들이 인터넷에 오르는 모든 정보의 진실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용 문제 때문에 충분한 모니터 요원을 운용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결국 정보의 정확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국민은 인터넷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은 곧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다. 뉴미디어의 시대에서 가장 빠르고 쉽게 여론을 만들 수 있는 인터넷은 그 힘의 중심에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엄청난 힘을 악용하려는 자들의 수법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악용에 피해를 보는 사람은 결국 국민이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정부는 뉴미디어의 변화를 적극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이에 실패하면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은 인터넷으로 인해 위태로워질 것이다.

팽재용 고려대 영문학과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