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YS 얼마 받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으로부터 대선자금으로 얼마나 받았을까.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가 92년 대선 때 20억원을 받았다고 공개하면서 金대통령 부분에 대한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비자금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선거자금일 것이란 추측 때문이다.
김윤환(金潤煥)민자당대표도 26일 『金대통령은 대선 때 돈을받아 썼다』고 말했다.더구나 金대통령이 『이런 돈 들여 선거를치른다면 나라가 망한다』고 말했다고 밝혀 그 규모가 상당했음을시사했다.
金총재도 지난 21일 金대통령의 대선 자금을 1조원이라고 공격한 데 이어 27일 『盧씨가 모의원을 통해 김영삼후보에게 수천억원을 제공했다는 유력한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金대통령이 선거가 끝난 뒤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선거비용은 284억8,464만원이다.그러나 이 금액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민자당 당직자들도 이 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8억원씩 237개 지구당에 내려간 돈만 해도 1,89 6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심지어 당시 민자당대표였던 김종필(金鍾泌)총재의자민련 안성열(安聖悅)대변인은 지구당에 따라 추가지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盧전대통령이 金대통령에게 지원한 규모에 대해 추정할 수 있는또 한가지 기준이 민주당 쪽에서 흘러나왔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25일 『92년 대통령 선거 때 盧씨는 김영삼후보에게 2,000억원,김대중후보에게 1,500~2,000억원을 줬다』고 말했다.이 당직자는 이철(李哲)총무이고,그는여권 고위인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도 『야당에도 여당과 같은 수준으로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물론 김대중총재는 자신이 받은 것이 20억원이라고 말했지만 이런 내용이 민자당에서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盧전대통령은 金대통령에게 3번에 걸쳐 2,000억원을 지원했으며,金대통령이 부족하다고 반발하자 이원조(李源祚).이용만(李龍萬)씨등을 동원해 기업체에서 더 걷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전체 금액은 1조원이 지만 직접 盧전대통령 비자금에서 빼준 것은 2,000억원이란 말이다.
여야 총무들은 27일 盧전대통령이 비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모았고,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철저히 조사해 밝히라고 검찰에 촉구했다.국민회의 박지원(朴智元)대변인도 『이제 모두 밝혔는데 金대통령은 왜 안밝히느냐』고 성토했다.「나라 를 망하게 할 정도의 돈」이 얼마인지는 결국 金대통령 스스로 밝혀야 할 부분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