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비자금 파문에도 실명제 직후와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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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정치권의 비자금 파문으로 빚어지고 있는 주식시장 주변여건이 93년 8월12일 금융실명제발표 직후와 흡사하다.뭉칫돈이 몸을사리면서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는 것이라든가,자금시장 경색과 기업부도를 우려해 통화고삐를 풀려는 정부의 대응자 세도 2년전과비슷하 다.충격에 빠져들던 주가가 금세 원위치되는 복원력도 실명제 당시를 닮았다.실명제 주가는 그후 뭉칫돈에 대한 세금추징과 국세청통보등 세부적인 내용이 발표되면서 한차례 더 폭락했으나 금융대란설이 수시로 출몰하는 가 운데서도 종합주가지수는 9월부터 넉달간 30.2%나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금융대란을 막고자한 당국의 통화공급.94년의 외국인한도 추가확대등이 주가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물론 경기상황이 2년전은 상승 초반부였던데 비해 지금은 정점에서 경기논쟁이 불붙고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그러나 앞으로경기하강기에 접어든다 하더라도 과거와 달리 연착륙이 가능하리란점,또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가 지난 1년간 주 가에 반영됐다는점에서 당시보다 여건이 불리할 게 없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지닌다. 금리등 자금시장 여건과 주가모양새는 실명제 당시보다 나은상태다.당시 오름세를 타던 회사채 금리는 13.55%에서 실명제를 만나 8월말 14.50%까지 오른뒤 퍼붓다시피한 통화공급으로 연말에 12.20%로 안정됐다.그러나 이번에는 12%초반까지 내림세를 보이던 중이어서 금리수준은 한결 주가에 유리한 편이다. 주가 그림도 93년 6월엔 고점에서 하강곡선을 그리기시작,150일선 지지여부가 논란이 되던 시점에서 실명제가 터졌다.그러나 이번엔 주가가 6월부터 저점을 높이기 시작,지수 정배열을 마치고 25일선의 지지를 받고 있던 시점이어서 입지가 불리할게 없는 상태다.증시 주변여건이 낫다고 해 주가도 낫다는법은 없다.비자금의 불똥이 대기업의 수난으로 이어질지,정계개편의 회오리로 번질지 짐작키 어려운 상황에서 주가 출렁거림은 또다시 나타날 수있다.그러나 금융대란설의 파도속에서 불확실하기 짝이 없던 주가는 시장참여자들에게 『시세는 역시 시세한테 물어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지금 시세는 확실히 정치적인 변수보다경제흐름에 충실하다.갈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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