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비자금 관리 비상-盧씨 수사 불똥튈까 전전긍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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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기업들이 비자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전직대통령의 비자금까지조사.수사를 당하는 마당에 기업들이 뒷주머니로 관리해 왔던 쌈짓돈도 언제,어떻게 걸려 들어갈지 모르기 때문이다.특히 수사당국이 6공 비자금을 추적하면서 은행계좌나 수표들 을 다수 검색중이어서 이 과정에서 자칫 인접 또는 연결계좌에 예치된 비자금이 발각되는 등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마다 재무담당자 또는 비서진으로 하여금 비자금계좌를 점검케 하는 등 내부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임직원.친지명의로 예치하는 등 차명예금이 주종이어서 이들 명의대리인을 단속하는 데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차례 안전점검을했으며 다른 기업들도 이같은 움직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기업은 일반예금을 신탁.채권으로 돌려 놓거나 아예 이자 등을 포기하고라도 금융기관에서 인출해 가장 안전한 현금,묵은 수표 또는 금 등 실물로 바꿔 보관하는 방법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비자금을 안 써도 기업을 할 수 있는 「투명한 경영」의 계기가 되면서 비자금 수요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시로 비자금을 조성해 비축하는 방식 대신 규모를줄여 가면서 필요할 경우 조성해 쓰는 방식으로 점차 전환될 것으로도 예측된다.
기업 비자금은 회계장부엔 나타나지 않는 쌈짓돈이어서 기업들은존재 자체가 밝혀지는 것을 꺼리고 있으나 6공 때 30대 그룹의 경우 대그룹은 수백억원대,여타그룹들도 수십억원대씩 관리해 왔다는 것.실명제 실시 이후에는 만들기도 어렵고 관리도 어려워지면서 점차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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