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치 하는 NGO 예산 지원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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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비정부기구(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이익과 욕구가 표출되는 통로다. 요즘엔 비영리기구(NPO·Non-Profit Organization)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름에서 보듯 NGO의 가장 큰 특징은 순수한 시민, 전문가의 모임이다. 권력이나 영리를 추구하는 순간 NGO는 소금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조직된다. 그들은 때로 부당한 권력에 저항한다. 21세기 들어 선진국의 상당수 NGO들은 정부의 공공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취약 지역, 취약 계층에 스며들어 그 일을 대신해 준다. 정부의 능력은 한정돼 있는데 공공서비스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그런 변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공공적 사업을 한다며 정부 예산을 받아 쓴 NGO가 정치행위에 참여하는 경우다. 정치행위란 권력을 꾀하거나, 공직을 취하거나, 이념을 주도하거나, 정치권에 당파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행위다. 이 문제에 관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정치행위를 하는 단체엔 정부가 예산지원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예산지원은 자발적이고 전문적이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단체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 NGO 예산지원 문제는 짧은 기간 부당한 권력에서 정상적 권력으로 민주화 이행의 시련을 겪은 한국에서 특히 논란이 됐다.

이른바 좌에서 우로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이명박 정부가 올해 예산지원할 NGO를 대폭 물갈이하겠다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3년 이상 연속으로 예산이 지원된 민간단체 등을 상대로 선별작업을 벌여 예산지원을 중단하거나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2006년 평양 방문에서 혁명열사릉 참배 논란을 빚었던 민주노총이나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정치행동이 명백한 NGO들에 정부 예산을 지원해선 곤란하다. 이적단체인 한총련 소속원들이 참여해 주도하는 정체불명의 각종 ‘민족’ ‘통일’ 행사의 돈줄도 끊어야 한다. 겉으로만 비정부기구고 내용적으론 ‘Next Government Officer(다음 번 공직자)’라는 조롱마저 듣고 있는 단체들을 이번 기회에 엄밀히 추려내야 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우파 정치운동에 앞장서온 NGO들에 돈줄을 새로 대주는 일도 있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