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과세,비자금 밝힌 수훈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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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을 밝혀낸「1등 공신」을 들라면 누가 될까.
개인적으로는 박계동(朴啓東)의원과 이우근(李祐根)신한은행 이사대우를 들 수 있겠지만,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역시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단연 수훈갑이다.
박의원에게 처음 비자금을 밝힌 하종욱(河種旭)씨도 폭로의 배경을 『종합과세가 시행되면 7억원의 세금을 낼 것이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종합과세는 시행 전부터 제 기능을 톡톡히 한 셈이다.종합과세 가 시행되면무엇보다 예금주들은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합의 차명(借名)으로 「실명화」된 예금은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종합과세대상이 돼 세금을 낸 뒤 진짜 돈주인과 정산하면 되지만,정산 과정에서 금액을 둘러싸고 다툼이 생길 수도 있다.그러다 합의 차명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더 골치 아 파진다.
국세청은 『합의 차명임이 밝혀지면 진짜 예금 주인이 종합과세대상이 된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재정경제원은 이에 대해 아직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라 자칫하면 「진짜 돈 주인」과 「이름을 빌려준 사람」간에 분쟁이 생길 소지 도 있다.
또 실명화되지 않은 예금은 이자.배당 소득의 거의 대부분(96.75%)을 원천징수당하는데다 원금의 최고 60%까지 과징금이 붙는다.
결국「숨은 돈」은 금융실명제와 금융소득 종합과세란 양 날을 피해갈 길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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