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화재위원들의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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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가지정 문화재에 대해 최고 심의기능을 갖는 문화재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고속철도의 경주 도심통과를 철회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일제가 파괴한 경주를 우리가 다시 파괴하려는 것은 역사에 대한 죄를 짓고 후손들에게 오욕의 역사를 남겨주는 수치스런 일이다』는 문화재위원들의 입장표명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것이다. 고속철도의 경주 도심통과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몇달째끌고 있지만 아직도 고도(古都)경주의 보호와 보존이라는 원칙적문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도심통과를 원칙으로 하고 지상이냐 지하냐,역을 어디로 옮기느냐는 지엽적 논의만 거듭하고 있다.역사 파괴라는 전문가들의 충고와 경고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몇조원의 돈이 더 들고 몇년의 공기(工期)가 더 걸린다는 믿을 수 없는 변명만 나올 뿐이다.
최근 고도 부여에서 백제 왕의 사리감과 500여 문화재들이 쏟아져 나왔다.2년전 용봉향로가 발굴된 허허벌판에서 이런 문화재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경주든 부여든 우리의 역사 고도는 이처럼 무궁무진한 문화유산의 보고다.어찌 보존할 생각은 않고 파괴만 하려 드는가.물론 고속철도의 통과로 직.간접으로 얻는 경주 시민들의 이익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그러나 그 이익은역사유산과 맞바꿀 수 없는 너무나 작은 이익 아닌가.작은 이익에 집착해 국가와 민족의 큰 이익을 놓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게 문화재위원들의 경고(警告)고,경주를 아끼는 국민들의목소리다.
고도 경주의 효율적 보존과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고도보존법을 특별제정하고, 고속철도의 도심통과는 철회하는 정부의 용단을 재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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